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장
사무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가을 색깔로 채색돼 있다. 노란 은행나무·붉은 단풍나무·갈색의 플라타너스등 43만평 규모의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둘러싼 나무들, 에메랄드 비취색의 한강물, 하남시 검단산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때마침 조정경기장 주변에 전시된 수천 송이 국화꽃들은 내고장 출신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시를 떠올리게 한다. 올 한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가 겪은 갖은 시련과 땀방울을 보상이나 하듯이, 국화는 코스모스 꽃 벌판과 조화를 이루며 조정 경기장의 가을 정경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올 가을은 예년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여름 우리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 많은 땀을 흘렸고, 수차례 닥친 태풍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에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춥지도 덥지도 않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마음이 풍요로운 시월은 전국이 온통 축제와 체육대회 열기로 가득하다.
한 해 동안 땀흘려 지은 결실을 눈으로 보면서 피로와 시름을 말끔히 씻어버리기 위해 산과 들·바다에서, 그리고 도시와 농촌에서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흥을 돋우고 마음껏 뛰는 화합의 장이 열리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설악산까지, 단풍축제나 억새풀축제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천안 흥타령춤축제·서울세계불꽃축제·진주남강유등축제 등 전국 방방곳곳에서 낮과 밤이 축제 열기로 가득차 있다.
덩달아 축제 관련 여행 상품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주변 숙소의 예약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달 들어 국내 여행 숙박상품의 예약율은전월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 전라북도도 시·군 곳곳에서 가을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장수의 한우랑사과랑축제를 시작으로 김제 지평선축제·고창 모양성제·정읍 전국민속소싸움대회·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등 시·군별로 가을을 더욱 알차게 채우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또한 가을 축제와 더불어 시·군별로 시·군민의 날 및 체육대회 등을 개최해 모처럼 즐거운 한마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내 고향 진안에서도제50회 군민의 날 및 체육대회 행사가 있었다. 30여년 전 축제행사보다 관중이 많이 줄었고 노령화됐지만 읍·면별 참가 선수단의 가장행렬이나 열기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뜨거운 듯 했다. 내고장의 특산품이나 상징물을 나타내기 위해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입장단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축제행렬이었다.
이번 진안 군민의 날 행사에서는 지난 한 해동안 각계 분야에서 진안군을 빛낸 사람들에 대한 '군민의 장'수여식이 거행됐다. 필자도 영광스럽게 '군민의 장 대장(大章)'을 받았다. 진안군 발전에 공헌하고 진안을 빛낸 자에게 수여한다지만 필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아 마음속으로 부끄러웠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고향 발전에 힘쓰라는 뜻으로 알고 상을 받았다.
이제 올 가을 축제들도 하나 둘 막을 내려가고 있다. 축제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마냥 높아가는 가을 하늘을 보며 내년 이맘때 열리는 가을 축제들은 단 한번의 시련과 재해가 없이 모두가 풍요롭고 알찬 결실만을 거두는 대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