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오후 3시 전주 은행로 사거리. 운동복 차림의 아줌마·아저씨 80여 명이 몰렸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광객들이 이들을 둘러싸자 최근 유행 중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오면서 순간 '비빔 말춤' 경연장이 됐다. 전주시생활체육지도자회 회원 80여 명이 콩나물·황포묵·당근 등 비빔밥 재료가 조리되는 과정을 체조로 풀어낸 '비빔 체조'로 이어가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같은 시각 태조로 일대에서는 33개 동(洞) 마을 주민들이 6000인 분 비빔밥을 비벼낸 '우리 동네 맛자랑 비빔 퍼포먼스'와 이튿날 6000여 명의 관광객들이 직접 비비는 '화합 비빔 퍼포먼스'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10분 만에 비빔밥이 동이 나기도 했다.
전주비빔밥축제 기획연출단(단장 정성엽)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펼쳐낸 '2012 전주 비빔밥 축제'가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의 관광객 60여 만 명이 다녀가면서 비빔밥을 보고 듣고 즐기는 안정적인 축제로 거듭났다.
지난해 식자재 손질부터 완성품으로 내놓는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라이브 경연'나는 쉐프다'는 비빔밥 도시락·바리스타 등이 추가 돼 외연이 확장됐으며, 경연에 내놓은 퓨전 비빔밥 판매는 30분 안에 매진 됐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나는 쉐프다'에 참여한 조리장들이 직접 조리한 향토음식·북한요리·전통음식 등을 공예품전시장 야외 전시관에 내놓고 직접 설명을 곁들이는 시도 역시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관광객들이 비빔밥·한식의 이해도를 높이는 자리로도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전주시가 음식 부문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된 만큼 축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어·영어·일어 자원봉사자 수가 적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축제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는 원활하지 않았다. 전국요리경연대회 관련해 일부 일정이 뒤바뀌거나 시간이 지연되는 부분에 관한 공지가 없고, 한옥마을에서 야간 관광을 즐기려던 관광객들이 숙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정성엽 단장은 "한옥마을에 주민들이 거주하다 보니, 밤 늦도록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기 어려운 점이 있는 데다 예상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식재료가 동이 나서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았다"면서 "올해 지적된 부분은 내년 축제에 반영해 더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