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郡지역 분만시설 한곳도 없다

출산 위해 도시로 나와야…산모들, 긴급상황 대책 전전긍긍

오는 12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양모씨(27·부안군).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오면서 덩달아 걱정도 커지고 있다. 부안군에 산부인과는 있지만 아이를 분만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

 

양씨는 "언제 아이가 나올지 모르는데다 늦은 밤 갑자기 양수라도 터지면 어떡해야 할지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고 걱정했다. 양씨는 임신 이후 집에서 30~40분 남짓 떨어진 익산까지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

 

장수군 장계면에 사는 이모씨(32)는 아예 출산 예정일에 맞춰 전주에 있는 친정집에 머물 계획이다. 긴급 상황이 생기면 평소 다니던 전주의 산부인과까지 승용차로도 족히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이씨는 "산모들은 몸이 아프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후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매번 몸이 아플 때마다 전주의 산부인과까지 갈수 없어 참을 때가 많았다"고 호소했다. 이씨 역시 매월 받는 산전검사를 위해 1시간씩 차를 타고 전주까지 온다.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김모씨(34·무주군)는 걱정이 더 크다. 초산과 달리 둘째는 출산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첫째아이는 무주에 있다가 진통이 시작돼 전주의 병원에 무사히 도착해서 낳았지만 둘째는 흔히들 갑자기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 걱정"이라며 "예정일에 앞서 휴가를 내고 친정집에 머물 계획이다"고 말했다.

 

도내 지역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좋은 환경 만들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지역 출생아 수는 지난 2009년 1만 5233명에서 2010년 1만 6100명, 지난해에는 1만 617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를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있는 시·군은 전체 14개시군 중 6곳(전주·군산·익산·남원·정읍·김제)에 불과하다. 나머지 8곳(무주·진안·장수·순창·임실·고창·부안·완주)은 분만실이 없다.

 

특히 무주, 진안, 장수, 순창, 임실, 완주 등 6개 군 지역은 병·의원급 산부인과 병원이 아예 없다. 군 의료원에 산부인과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상당수 산모들이 먼 거리에 있는 도시지역 산부인과에 다닌다.

 

이모씨(장수군 장계면)는 "의료원에 산부인과가 있다고 해도 사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에서 검사 받길 원하는 게 산모의 마음"이라며 "주변의 다른 산모들도 지역의료원보다 전주로 병원을 다닌다"고 설명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분만실이 없는 출산취약지역(완주·진안·무주·장수·순창·부안·임실) 산모들을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20여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진안군 의료원이 문을 열면 산부인과를 강화해 동부산악권 지역 산모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