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빠진 것

▲ 임 성 진

 

전주대교수·전북참여연대공동대표

대선이 이제 겨우 5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미래의 지표가 될 공약보다는 여전히 단일화나 정치적 논쟁이 화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발표되는 공약마저 주로 경제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앞으로 펼치고자 하는 정책 프레임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약은 차기 5년간 한국사회를 이끌 새 정부가 자신의 정책을 국민에게 미리 제시하는 것으로서 세부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적어도 5년 후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지구촌사회의 패러다임이 혁명적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방향설정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이다.

 

현재 인류문명의 큰 흐름이 과거의 물질적인 양적 패러다임에서 사람과 자연 중심의 따뜻한 순환공존체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그리고 자연은 이미 우리가 지켜내야 할 보호대상을 넘어 그 원리를 배우고 모방하여 자연의 순환생산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을 다시 수입과 고용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

 

변화의 흐름이 이러한데도 우리 사회의 현 모습이 자연의 원리와 얼마나 반대되는지를 잠시만 돌아본다면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지금의 대선정국에서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갈수록 무더워지는 기후, 지난여름도 우리는 자연적인 순환원리를 찾아보는 대신 실내 공기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풀가동하며 심각한 전력난을 겪어야 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이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전체 바이오메스의 0.3%만이 이용된 것일 뿐 나머지는 99.7%는 썩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자연에 해를 끼친다.

 

이런 식의 성장과 소비 그리고 폐기의 끝없는 과정을 반복하는 현재의 삶의 방식은 그 대가로 심각한 경제위기와 실업, 또 생태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와 변화는 워낙 근원적인 성격의 것이어서 우리가 만일 지금과 같은 개발 방식을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유지한다면 한국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고 국제사회의 변화에도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자연의 원리를 모방한 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자연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청색기술(이인식,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운동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자연모방기술은 이미 활성화되어 우리 주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분야에서는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극히 미세한(나노미터)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생물을 본뜬 수많은 신소재가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이다. 현재 청색기술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미국의 경우 뉴욕 에너지개발연구기구는 자연모방기술을 에너지 전략에 포함시켰고, 미국 아카데미는 2008년 과학기술정책 제안서에서 자연중심기술을 미래에 강력하게 추진할 핵심과제로 채택하였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색기술만을 통해서도 향후 5년 동안 1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 청색기술과 같이 인간과 자연, 그리고 발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펼쳐 보이는 후보자의 공약을 볼 수 있게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