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잿더미가 됐다.
지난 31일 경찰과 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55분께 정읍시 내장산동에 있는 내장사 대웅전에서 불이 났다. 불은 대웅전(89㎡)과 인근 야산(165㎡), 대웅전 내 불상 1점과 탱화 3점 등을 태웠다.
불이 날 당시 사찰에는 승려와 불자 등 10여명이 잠을 자고 있었지만 숙소가 대웅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찰 관리자는 "새벽 2시께 경비업체로부터 경보가 울렸다는 연락을 받고 밖을 확인해 보니 대웅전에 연기가 나고 있어 사찰 내 사람들을 깨워 화재진압에 나서는 동시에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현장출동 소방관은 "2시 10분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30분)해 보니 이미 건물 지붕과 벽체가 무너지고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진압에는 소방차 등 장비 14대와 90여명의 인원이 투입됐으며, 새벽 3시께 큰 불길을 잡은 뒤 5시 30분께 잔불정리가 마무리됐다.
이날 불은 대웅전 내 전기난로에서 시작됐다. 정읍경찰서 관계자는 "사찰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대웅전에 있던 전기난로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길이 치솟은 것을 확인했다"며 "난로가 켜져 있었는지 여부는 너무 어두워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대웅전의 외부침입 흔적은 없었으며,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로 보인다"면서도 "정밀감정을 벌이는 등 사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기념물 63호인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에 창건됐으며,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1938년 현 위치에 지어졌다. 불이 난 대웅전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모두 불에 탔으나 지난 1958년 재건됐다. 내장사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49호인 내장사 동종과 부도 등이 있으며, 화재로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