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지역 통합 전 해야 할 일

▲ 여 홍 구

 

새만금공동발전 범시민위원회 위원장

새만금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우여곡절 끝에 방조제 33.9km가 완공되고, 앞으로 20년동안 401㎢를 매립해 내측사업을 추진하는 전북의 미래요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거대한 사업이다. 새만금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김제·군산·부안 등 3개 시·군 주민은 하루속히 사업이 완료되길 기대하며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아픔을 감내하면서 하루가 천날 같은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군산시는 해상경계선이란 듣도 보도 못한 일제의 낡은 잔재를 갖고 새만금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군산만이 새만금을 개발할 수 있고 개발돼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극단적인 사고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있는자와 가진 자의 횡포를 부리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역사적으로 왕권과 정권이 바뀌면 통치 수단으로 행정구역 개편이 따른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된지 이미 20년이 지났다. 이제 과거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안된다.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방식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군산시의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자는 것이다. 약자의 위치에 있는 김제시와 부안군을 다독거리고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시급하지도 않은 명소화사업을 핑계로 3·4호 방조제와 다기능부지를 군산시로 귀속시켰다. 이로써 김제시와 부안군의 염원은 허공의 메아리가 돼버렸기에 이를 취소해 달라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의 외침이 터무니 없는 욕심인가?

 

통합! 통합이 때론 필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통합은 통합된 주민들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는 새만금지역의 통합에서 한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모두가 새만금지역의 통합이라고 말하는데 새만금지역의 통합이 아니다. 연접된 3개 시·군(김제·군산·부안)을 통합하는 것이다. 새만금지역은 그 다음 일이다. 무엇보다도 통합하려는 지역 주민들이 중요하고 우선돼야 한다.

 

3개 시·군을 통합하려면 환부를 치유해야 한다. 아픈 상처를 도려내야 새 살이 돋듯이, 잘못된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통합만이 모든 해결책인양 우리의 요구를 비하하고 폄하하고 있다.

 

마침 지난달 25일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소송에 대한 1차 공개변론이 있었다. 서로가 자기 주장이 옳다고 공방을 벌였으나 대법관의 "나머지 방조제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계획이 있는가?"라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피고(행안부)측은 답변을 못했다. 우리가 그렇게 주장하는 전체적 결정기준을 만든 뒤 매립지 행정구역 결정을 하고자 한 의견을 무시한 결과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될 변론을 진행하면서 잘못된 결정을 원점으로 돌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만금개발특별법에 행정구역문제를 추가하고, 관계기관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으로 새만금의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