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 장 욱

흔들리자

 

아찔하게 바람 속에서

 

내 존재의 무게도 없이

 

고운 목소리 어느 그리움에 목을 매어

 

깍, 깍 짖어 보자

 

달빛에 피곤한 삶은 잠재우고

 

바람 앞에 깃을 벌려

 

내 몸 하나 내놓고 말갛게 씻어보자

 

마음이 무거워 떨구는 낙엽

 

지상에 뒹구는 붉고 고운 색깔은 버려라

 

그래요, 한 해 겨울 흔들리면 어쩌랴

 

내 안에 초롱 하나 걸어 두고

 

간절히 깜박이는 기다림이면 어쩌랴

 

뜻을 높이 세워 깍, 깍 짖어라

 

첫눈 내리면 첫눈에 기대일

 

몸 하나 마음 하나로 묶어서

 

 

※ 장욱 시인은 199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