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44개 고교축구팀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전국고교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대망의 결승전에 오른 것이다.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산 부경고와의 결승전은 TV로 생중계될만큼 빅이벤트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주공고가 지금까지 거둔 성적만 봐도 가히 금자탑이라고 할만하다. 결승에 오르면서 전주공고는 상금만해도 최소 1500만원을 확보했고, 선수와 지도자들은 해외연수의 기회도 잡게됐다.
주전으로 뛰는 1년생 김주공은 졸업하려면 2년이나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대학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2년생 이경·김민섭은 내년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될 전망이며, 3학년 문지환은 단국대, 이강욱은 대구대, 김필호는 광주대, 이상용은 전주대에 장학생으로 진학한다.
3학년 쌍둥이 형제인 이상용-이강욱 선수는 이번 대회기간 내내 주전으로 맹활약중이다.
50여개 각 경기단체중 가장 팀이나 선수가 많은게 바로 축구다. 특히 고교 축구부는 국내에 학교팀 137개, 클럽팀 7개 등 144개나 된다. 클럽팀은 전주영생고처럼 프로축구단의 후원을 받는 우수한 팀이다.
이들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총 1360경기를 치르며 총 64개팀을 선발해 현재 경기 안산에서 토너먼트식 왕중왕전을 벌이고 있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단 한번만 패하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녹다운 방식이다.
여기에서 전주공고가 살아남아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주공고는 호남권 권역리그에서 13승2무1패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해 64강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왕중왕전 1회전에서 경기태성고를 맞아 0-0으로 비겼으나 PK에서 3-0으로 운좋게 이겼다.
2회전에서는 경북안동고를 맞아 1-1로 비겼는데, PK에서 극적으로 7-6 승리를 거뒀다. 3회전에서는 충남신평고에 4-0 대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이때부터 전주공고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4회전에서 인천대건고와 0-0으로 비긴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긴 전주공고는 여세를 몰아 준결승에서 서울한양공고를 맞아 3-1 짜릿한 승리와 함께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강팀들이 즐비한 정글에서 전주공고가 사실 결승까지 진출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추석때 집에 가지 않은채 공을 다뤘던 선수와 감독만은 이러한 기적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도내 축구인들은 "우승 여부를 떠나 전주공고 축구는 올 왕중왕전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인기 종목인 축구에서, 모든 팀들이 참가한 왕중왕전 결승행은 근래 10여년 동안에 보기 어려운 쾌거라는게 중론이다.
선수들이 무대에 나섰지만, 김능배 교장을 비롯, 권기석 체육부장, 강원길 감독, 박요셉 코치는 전주공고 신화의 또다른 주역이었다. 김능배 교장은 축구부 학생들을 한명씩 교장실로 불러 개별 상담을 통해 학교생활과 훈련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고 경기때마다 현장을 찾았고, 권기석 체육부장은 매일 아침조회를 주관하며 선수를 독려했다.
실무책임자인 강원길 감독과 박요셉 코치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들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축사모'는 선수들을 수시로 격려했다.
전주공고 축구부 선수 출신인 육병학씨는 학창시절 병든 병아리를 삶아 먹으면서 훈련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후배 선수들을 도왔다.
전주공고 출신 도의원인 최진호 도의장, 김대섭 문화관광건설위원장, 강영수·김종담·김현섭 의원 등도 모교 후배들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고 한다. 전주공고 축구부를 사랑하는 200여명이 모여 '호생인재장학회'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는것도 큰 힘이다.
김능배 교장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조금 이르다"며 "후회없는 경기를 통해 전북 축구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