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에 보면 위관택인 무위인택관(爲官擇人 無爲人擇官)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위해 사람을 써야지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면 안된다는 뜻이다.
선거는 일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선출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방 의원, 지방 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교육감 등을 선출한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할 선출직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위인택관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의원을 뽑는 이유는 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단체장도 의원을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견제는 사라지고 '담합'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요즘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전도 그렇다. 후보들의 정책,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이제는 제1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간 '후보 단일화'가 대선전의 핵으로 떠올랐다. 제1야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꺾겠다는 전투의지만 불타는 듯 하다. 후보와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만의 '자리 다툼' 선거로 전락한 양상이다. 국민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최근 전라북도의 전북개발공사 제7대 사장 임용을 위한 세 번째 공모에 A씨가 단독으로 지원한 모양이다. 전북개발공사 사장 자리는 유용하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난 5월27일 이후 6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다. 특정인이 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 즉 위인택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면서 능력을 펼쳐 보이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자리 조정에 의한 위인택관형 낙점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다. 정약용이 위관택인을 강조한 것은 당시 조선사회에 위인택관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산의 충고는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고언(苦言)같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