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어 갈수록
나무들은 시를 쓴다
지웠다 하면서 빈 나뭇가지에
어찌 쓸쓸한 하늘을 걸어 놓는가
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
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
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
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
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
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
※허호석 시인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햇살의 첫동네' 등 15권의 저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