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폭신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해맑음'

서양화가 최지선 개인전 14일까지 갤러리 공유

▲ 최지선 作 '오늘 너를 만났다'
전업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신없이 20대를 보내다 보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 나이가 됐다. 여행 한 번 못 갈 정도로 여유 없는 팍팍한 일상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웬 걸. 서양화가 최지선(29)씨는 폭신폭신한 상상력을 덧댄 '여행 시리즈'로 도리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14일까지 갤러리 공유(관장 이정임)에서 열리고 있는 최지선 개인전의 테마는 그래서 '여행'. 전주대 졸업반 때 재봉질로 솜을 넣어 폭신폭신한 캔버스를 시도해오다 최근엔 나무·꽃·구름·소 등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스케치를 한 뒤 재봉질로 솜을 넣어 고정시켜 색을 칠하고 말리는 다소 성가신 작업이지만, 작업하는 동안엔 잡 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

 

작품에 등장하는 머리를 꽉 동여맨 소녀는 "제발 아무 걱정 없이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달님께 비는 작가이자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여행이나 실컷 해봤으면" 하고 희망하는 자신이다.

 

임실 삼계 박사골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보면 마음이 즐거워지곤 했다는 작가에게 아름드리 큰 나무와 새를 보며 마냥 즐거워하는 '오늘 너를 만났다'는 해맑은 작가의 심성이 드러난 작품.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