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말해줄게

▲ 김 주 연

 

임실초 교사

어떤 남자와 결혼하면 좋겠냐고? 언니는 형부랑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부럽다고? 보이는 게 다는 아나지만 그래. 언니가 말해줄게. 이런 꼰대 같은 짓은 내 평생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언니를 이렇게 만든 건 이 세상 아니겠니? 얼마나 답답하면 네가 나 같은 사람(이제 겨우 서른 둘에다가 변변한 연애 전적 하나 없는)에게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좋겠느냐는 말을 하느냐 말이야.

 

결혼적령기라는 건 엄밀히 말해 둘로 나눠 말해야해. 생물학적 적령기와 심리적 적령기로. 생물학적으로 따지자면야 너는 벌써 시집을 갔어야지.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스무살 전후 즉 대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가장 생기 넘치고 건강하다고 볼 수 있지. 누구랑? 그야 당연히 남자랑. 내가 말했잖아. '생물학적으로 따지자면'이라고. 이때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신체 건강한 적령기 남자면 돼. 참 쉽지? 그래 만약 우리가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동물처럼 종족 번식에만 관심 있다면 이런저런 고민할 필요 있겠니? 그냥 생물학적 나이 따라 서열에 맞는 남성과 결혼하면 되는거야. 하지만 우린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배고픈 소크라테스란 말이지. 더구나 대부분 여자들은(언니 포함) 낭만적인 배고픔을 꿈꾸거든. 이게 문제야.

 

자 그럼 이번엔 심리적 연령에 대해 말해줄까? 심리적으로 결혼 적령기는 이 남자랑 같이 살면 우리엄마 없이도 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야. 어렵게 말하자면 기존의 가족 공동체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간다고 해도 별다른 후회나 미련없이 새로운 가족구성원이 주는 힘겨움과 애매모호함 그리고 불안 등을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이겨나갈 수 있을 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이것을 구체적으로 풀어 말하자면 그동안 엄마가 하던 역할을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다는 확신, 적어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남자를 만났을 때라고 할 수 있을거야. 어느 정도 헌신과 희생이 네 인생에 비집고 들어온다고 해도 '그까이꺼 뭐' 하면서 웬만한 건 참아주고 싶은 남자, 억세게 운이 좋다면야 네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고 손끝만 닿아도 온 몸이 빨개지게 되는 그런 남자를 만났을 때가 심리적 결혼적령기라고 볼 수 있어. 이 시기는 대중없기 때문에 십대부터 일흔 저 너머까지 아우르지.

 

남자 키, 연봉, 출신대학, 직업, 피부톤의 밝고 어둠의 정도, T.P.O(Time, Place, Object)에 맞는 옷차림의 세련됨 정도, 선호하는 브랜드의 수준 등이 남자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결코 나쁘다는 건 아니지. 그게 왜 나빠? 결혼하고 나면 매일 마주보고 살 얼굴인데 이목구비 착하게 생겼고, 목소리 이선균 뺨치고, 아침마다 원두커피에 토스트 접시에 담아 침대로 가져오는 남자 찾는 게 왜 나쁘냐고. 문제는 그런 남자가 있긴 있으되 그리고 네가 만날 수도 있으되 그런 남자 곁에 있으려면 너도 키 되고 연봉 되고 출신대학 빵빵하고 직업 전문직이고 피부톤도 송혜교 뺨치게 복숭아여야 되고 매달 옷값으로 월급으로 절반 이상 써야한다는 거지. 그래야 그 남자가 너에게 약간의 호기심이라도 가질거야. 아침마다 커피와 토스트를 가져다 주는 남자는 네가 하루 종일 그 접시에 담긴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늘 바비인형 같은 몸매를 유지하길 원할거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니. 그 남자가 자원봉사자는 아니잖아. 네 몸매가 굴곡 없는 30센티 자처럼 통이 되는 순간 모닝커피고 뭐고 사라지고 주말마다 이상하게 반복되는 출장의 진위여부를 남편 몰래 알아내기 위해 진땀 빼야할거야. 다른 여자들도 너와 비슷한 정도의 시력과 안목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궁금하지? 다음 번 언니 칼럼에서 말해줄게. 어떤 남자를 만나야 소위 '저평가 우량주'를 제대로 만났다는 평을 들으며 결혼하는지 말이야. 그동안은 '너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을 만들도록 해봐. 언니가 다 말해줄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