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으로 피워낸 야생화

서양화가 이기전씨, 전주 Z갤러리 초대전 다음달 20일까지…한국적 여백의 미 살려

▲ 이기전 작 '生의 空間'.

한국 미술을 이끌어온 대표적 미술단체가 목우회다. 1957년도 서양화가 1세대 작가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목우회 회원들이 5년 뒤 창립된 한국미술협회의 산파역을 맡았다. 전북 출신의 10여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3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이 목우회를 끌어가는 중심축에 전주 출신의 서양화가 이기전씨(57)가 있다.

 

4년 전부터 목우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가 고향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12월 20일까지). 재즈 어라운드 호텔(전주시 우아동 아중리 소재) 내 Z갤러리 개관 1주년 초대를 받아서다. 지난해 전주 교동아트전 이후 1년만이며, 개인 통산 22번째 전시회다.

 

그는 평소 전주 외곽, 산 밑자락에 살았던 고향의 추억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야생화들을 즐겨 그렸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는 약간의 변신을 시도했다. 맹감나무와 들꽃 등 야생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같은 맥락이지만, 구도에서 여백의 미를 최대한 살렸다. 문인화나 사군자 등과 같은'한국적인' 서양화를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희망이 담겼다.

 

 

또 정물이지만, 실내에 갇히지 않고 야외 스타일의 정물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정물을 멀리서 관조하는 것이 아닌, 정물 자체를 확대시킨 것도 특징이다. 시공을 초월해 기원전의 화석과 오늘의 정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도 흥미롭다. '생의 공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27점의 작품이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