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짚풀공예 기능인 91세 이을영 옹, 풀잎을 작품으로

15년 전부터 시작…짚신슬리퍼 등 대박…그림·글씨도 취미…각종 대회에서 수상

▲ 순창 유등면 무수리 이을영 옹이 직접 풀을 베어 말려서 준비한 짚풀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짚신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순창의 짚풀공예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짚풀공예의 주축이 되는 기능인이 있어 화제다.

 

짚풀공예는 당초 지역일자리공동체 사업으로 지난해 미미하게 시작했으나 짚신을 만들게 되면서 전국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순창군의 짚풀공예는 지난해 우리 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한 공무원들이 삼한시대부터 조상대대로 내려온 짚신을 여름에 사무실에서 슬리퍼 대용으로 신을 수 있도록 '짚신슬리퍼'를 만들어서 판매한 결과 대박을 치며 방송에서도 소개되는 등 짚신슬리퍼의 인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 가운데 순창의 짚풀공예를 이끌어오면서 지속적인 작품활동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기능인은 바로 유등면 무수리 이을영(91) 옹이다.

 

서예가로 더 잘 알려진 이을영 옹은 순창군 유등면 무수리 출신으로 15년 전부터 짚풀공예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5년간의 군인생활을 마치고 유등에서 농사를 지어온 이 할아버지는 싸리비, 골망태, 광주리, 등싸개, 냄비받침대, 소쿠리, 짚신을 만들어서 판매도 하며, 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있다.

 

몇해전부터는 유등면 짚풀공예팀을 만들어 공동으로 작품도 만들고, 판매도 하는 등 유등면 주민이 주축이 되어 순창군 짚풀공예를 시작하게 됐다.

 

어르신을 만나러 26일 무수리 자택을 들렀을때는 91세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꼿꼿한 어르신이 작업실에 앉아 소쿠리를 만들고 있었다.

 

켠켠이 차있는 작품들은 500여점 넘게 자리하고 있었고, 짚풀공예 외에도 그림과 문인화 등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과 글씨 쓰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거듭해, 한국 서예연구회 신춘휘호대전 외 입선 5회와 동백 예술대전 문인화 맹호 특선 2회를 수상했다.

 

현재도 순창문화원 명예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원문화원과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글씨와 그림 등도 1000여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그저 즐거워서 판매는 거의 안하고 있는 그다.

 

이 옹은 "나는 짚풀공예나 그림, 글씨를 취미로 하고 있지. 일로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 하나하나 작품이 만들어지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또 이것들을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마음이 어찌나 좋은지…. 주는 재미에 푹 빠져 골망태 등을 만들고 있지…" 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옹은 또 "특히 무수리 하천변을 따라 풀 뜯으러 다니고…. 그것을 말려서 색깔별로 다듬어 짚을 만들다 보면 작품에 더욱 애정이 가지…. 그 짚을 새끼로 꼬아서 일일이 하나하나 다듬다 보면 하루에 한개 밖엔 못해. 큰것은 이틀에 꼬박 하나 탄생하는 데도 힘든 줄 몰라. 아마 나는 죽는 날까지 새끼 꼬고 있을거야"라고 말했다.

 

돈벌이 위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는 이 옹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고 덧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