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털어내기

도내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했던 이유는 민주당에 식상해서 등돌린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DJ 때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이후 틈새가 서서히 벌어졌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나간 일이나 노 전대통령이 호남 사람들에게 "이회창이 싫어서 나 찍은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부터 균열이 생겼다.

 

그래도 상당수 도민들은 민주당이 실망스러웠지만 그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애정으로 감싸줬다. 그러나 도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때마다 지역으로 되돌아 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공허한 메아리와 실망 그 자체였다. 새만금을 가로 막은 것도 민주당 광주 전남 국회의원이었다. 그렇다고 당이 나서서 강력히 제재하기 보다는 먼산 쳐다보기나 다름 없었다.

 

결국 민주당을 지지했던 도민들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에 대한 그간의 일방적인 지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50% 지지를 받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5%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후보직을 양보하는 걸 보고 안교수에 대한 지지가 싹텄다. 정치불신으로 가득찬 지지자들은 안 교수를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로 여겼다. 그 만큼 기존 정치권에 실망이 컸다.

 

4·11 총선때도 마지 못해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켰다. 대선 경선레이스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도민들은 민주당 경선 주자보다 안 교수에 관심이 컸다. 호남권의 달라진 민심이 정치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 안 교수에 지지를 보냈다. 특히 젊은층에서 새정치를 갈망하며 안 교수를 대선판으로 견인했다. 정권교체 이전에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결과가 안후보 전격사퇴로 이어짐에 따라 지지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젊은층은 아예 선거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만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시점서 민주당이 해야할 일은 안 후보가 내세웠던 정치개혁을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정치쇄신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당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친노 프레임을 하루속히 극복해야 한다. 상당수 친노 인사들이 대선 승리 후 임명직 거부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백성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