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청동 은입사 용무늬 대야 - 고려 불교문화 깃든 금속공예품

▲ 고려 12~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78cm 청동 은입사 용무늬 대야.
국립전주박물관 미술실에는 지름이 78cm에 이르는 커다란 청동 대야가 전시되어 있다. 아무리 국왕이나 지체 높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은빛 찬란한 용과 넝쿨무늬가 새겨진 이 청동 대야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였을까?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수 있는 것이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서 거행되는 아기 부처에게 물을 끼얹는 의식이다. 관불의식(灌佛儀式)이라 부르는 이 의식은 불경에 묘사되어 있는 석가모니가 탄생했을 때 용왕이 공중에서 향수를 솟아나게 하여 신체를 씻겨준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 청동 대야는 아마도 관불의식에 쓰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대야에 새겨진 용은 석가모니부처 탄생 후 향수를 솟아나게 한 용왕을 묘사한 것은 아닐까? 이 대야의 용이나 넝쿨의 모습, 입사기법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 12~13세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입사'는 어떤 기법일까? '입사'란 금속기물에 문양을 파고 이물질인 금·은 등을 넣어 표면을 장식하는 기법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금사와 은사로 장식한 청동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오래된 장식기법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기법은 삼국시대 우리나라에 전해져 국왕을 비롯한 지배층의 칼 등에 입사장식이 베풀어지기도 하였다. 입사기법의 금속공예품은 고려시대에 가장 많이 만들어졌는데, 향로와 같은 불교미술품이 주를 이룬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기술은 퇴보하였지만 촛대·담배합 등 여러 생활용품에까지 확대되었다.

 

입사기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기물에 문양을 그리고 그 문양을 그대로 홈을 파서 금사나 은사를 넣는 상감 방법이다. 두 번째는 정으로 바탕을 가로와 세로로 쫀 후 여기에 문양대로 금사와 은사를 박아 넣는 쪼이게 하는 방법이다. 특히 입사기법의 상감 방법은 도자기에 영향을 끼쳐 상감청자 탄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