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중 일부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 김규정(34)·홍윤주씨(30) 부부가 그 주인공.
이들은 중증장애를 앓고 있다. 남편 김씨는 뇌병변 1급 장애를, 아내 홍씨는 지체장애 2급이다.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외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에게 아픈 몸은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씨 부부의 한 달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합쳐 100만원 남짓. 이들은 전체 수입 중 매월 1만원 정도씩을 꼬박꼬박 모았다. 그리고 이렇게 열두 달 모은 10여만 원의 성금을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상황이어서 어려웠지만 기부는 멈추지는 않았다.
지난 1일 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집을 방문했을 때 동전까지 털어 모은 14만4000원을 전달했다. 아들 하람이(3)도 지난 1년간 저금통에 열심히 모은 1만4440원을 고사리 손으로 직원들에게 건넸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이들 부부가 전달한 기부금은 50여만 원. 삶의 여건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적은 금액일지 모르지만 이웃사랑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누구나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이들이 이웃사랑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아들 하람이를 임신하면서 부터다.
김씨는 "내가 비록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위해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아들에게도 심어주고 싶어 기부를 시작했다"며 "지난해에는 아들도 기부에 동참했는데, 나중에 하람이가 크면 엄마·아빠의 이 같은 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는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나도 장애인이지만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전주비전대학교 사회복지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김씨는 "사회복지를 전공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