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판도에 어울리는 고사다.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 양강구도다. 박빙이지만 문 후보가 밀리는 형국이다. 전북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어제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45.3%, 문재인 40.4%였다. 오차범위(±1.8%)를 벗어나 있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 사퇴를 선언한 직후의 '오차범위 내 지지율' 간극이 더 벌어졌다.
박빙이다 보니 박-문 두 후보 모두 안철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문 후보와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뀐다."며 대선 판에 가담한 안 전 후보가 진영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쳐 좌절한 지 10일. 지난 열흘간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수모였다. 지지표명 애걸에 안 전 후보는 얄미울 정도로 침묵했다.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사석에선 "그래도 나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다."며 오히려 분노와 배신감을 표출하지 않았던가.
마침내 안 전 후보가 어제 캠프해단식에서 입을 열었다. "백의종군하겠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던 사퇴선언 당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선이 국민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목각 제갈공명'이 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어찌 좀 애매하다. 안 전 후보는 모호한 수사(修辭)로 여전히 자신의 입을 주시하게 만들고 있다. 후보도 아닌 사람이 여전히 대선 판도를 꽉 쥐고 있으니 정치 고단수임에 틀림 없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