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문
〈자료 1〉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도요타의 고급 승용차 렉서스는 세계화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 덕분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프리드먼이 1992년 일본 여행 중에 신칸센 고속열차에서 얻은 깨달음과 관련이 있다. 당시 프리드먼은 도요타 시에 위치한 렉서스 공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상태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는 우연히 신문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특파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중동의 분쟁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것은 "세상의 절반은…세계화 체제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를 현대화하고 능률화하고 민영화하면서 보다 나은 렉서스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나머지 절반 - 때로는 한 나라의 절반, 때로는 한 사람의 절반 -은 누가 어떤 올리브 나무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싸움에 열중해 있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의 견해에 따르면, 올리브 나무 세상에 있는 나라들은 그가 '황금 구속복'이라고 일컫는 특정한 경제 정책에 맞게끔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렉서스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그는 황금 구속복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정통적인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황금 구속복을 입고 싶은 나라는 국영 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새로운 세계화 경제에서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다. 그가 제시한 황금 구속복은 세계화라는 가혹하지만 상쾌한 게임에 뛰어드는 데 이용 가능한 유일한 의복이다. 프리드먼은 "안타깝게도 이 황금 구속복은 '누구에게나 맞는 치수'로 된 옷이다.…그 옷은 누가 입어도 아름답거나 점잖거나 편안한 옷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옷은 이미 팔리고 있고, 지금이라는 역사의 계절에 진열장에 놓여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자료 2〉 세상을 움직이는 돈의 힘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돈이 없어도 기초적인 욕구들을 원활하게 충족시켜 왔다. 고도 1만 2,000피트의 고원 지역에서도 보리를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더 높은 지역에서 야크 등을 사육하기도 한다. 그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손으로 집을 지을 줄도 안다. 실제 그들이 외부세계로부터 구해야 하는 것은 소금뿐이고 그것은 교역을 통해 충당한다. 그들이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는 지극히 제한적인데 주로 귀금속이나 장신구를 구하는 때다.
그런데 그러하던 라다크 사람들이 갑자기 국제 화폐경제의 한 부분이 되면서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외부세계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기본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영역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라다크라는 곳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변동하면 그것은 인도 화폐 루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생계를 위해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국제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땅을 경작하며 살던 시절 그 모든 생활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경제체제가 그런 의존성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돈이라는 것은 그저 편리하고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보였다. 예전부터 라다크 사람들에게 돈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었다. 멀리 떨어진 외지에서 나는 화려한 귀금속과 보석을 바로 그 돈을 이용해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 같았다. 요즘은 돈을 가지고 예전에는 보지도 못했던 그 모든 외국 제품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3분이면 끊여 먹을 수 있는 라면이나 디지털 시계 같은 것들을 말이다.
기본적 욕구 충족에 필요한 재화의 공급마저도 전혀 다른 경제체제에 의존하게 되고 예측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이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2000년 동안 라다크에서 보리 1킬로그램은 그냥 보리 1킬로그램일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가치를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오늘은 10루피를 가지고 보리 2킬로그램을 살 수 있지만 내일은 그 돈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라다크 친구들은 내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끔찍하네요. 사람들이 너무 탐욕스러워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돈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온통 돈 생각만 하고 있잖아요."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자료 3〉 공정무역은 지구온난화에 일조하는 무역이다
초국적기업의 돈벌이 수단인 세계무역뿐만 아니라 공정으로 이름 붙인 무역을 포함하는 현대의 모든 원거리 무역도 똑같이 기름을 낭비하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로 공기를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에 똑같이 기여한다. 그 무엇보다 그것 역시 지속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속이 불가능하고 산업의 국제분업으로 지역산업을 세계시장에 영원히 예속시켜 지급?자치를 가로막으며 에너지 낭비로 지구 문명의 파국을 앞당기는 무역이 사람과 환경에 좋을 리가 있겠나?
네 번째 항목에서 '북'의 물질적 풍요는 '남'을 수탈한 결과이므로 '남의 발전'은 '북의 변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면 남을 수탈하여 남아도는 '북'의 풍요를 설탕, 커피 따위의 물건을 받지 않고 '남'에게 무상으로 되돌려 주면 안 되는가? 그게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땅과 노동가치를 수탈하는 농산물의 수입 무역을 중지함으로써 '남'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급?자치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남'을 돕는 길이 아닐까? 그런데 최저가격 보장이니, 공정무역 장려금이니, 유기재배 장려금이니, 장기 안전 계약 따위의 자극적인 미끼로 상대적으로 덜 오염된 설탕 등을 수입해 돈을 벌어먹겠다는 것이 남의 민중을 위한 북의 변혁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북의 소시민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현재의 안락한 생활과 보신주의 등의 기득권은 영속화시키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그것은 공정이나 민중의 탈을 쓴 또 하나의 세계주의가 아닌가? 상호의존과 상호부조의 이름으로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의존관계를 은폐시켜 이 체제의 영속에 일조하는 반민중주의가 아닐까?
그런데도 일본의 그린코프 등의 생협이 공정무역이나 민중무역 또는 윤리적 소비 등의 이름으로 설탕, 바나나,커피 등으로 수입품목을 늘려가자 한살림 외의 이 땅의 생협이나 시민단체까지도 이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두레생협연합에서는 소비자의 생산자에 대한 지원과 교류라는 명목으로 마스코바도 설탕과 올리브유 등의 수입품을 취급하고 있고, 여성민우회생협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YMCA에서는 동티모르의 청소년 교육사업 및 학교시설 재건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동티모르 커피를 평화커피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가게라는 데서도 생산자에게 현지 가격보다 두 배로 가격을 더 주고 수입하여 생산자의 생활과 생산이 지속되게 지원하는 명목으로 네팔산 커피를 판다고 한다. 인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못 하는 짓이 없다. 그러나 히말라야 오지의 산악국가에까지 자급 대신 세계시장에 예속시키는데 일조하는 장삿속을 인도적 지원으로 위장하는 양두구육은 노골적으로 돈벌이에 나선 세계무역보다 오히려 더 역겹다.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 천규석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 1〉의 세계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소비와 경쟁이 윤리의 대상인지를 〈자료 2, 3〉의 사례를 들어 논하시오. (900자 내외)
* 보낼 곳: yimza@daum.net
2. 면접 논제
공정 무역은 과연 공정한 것인지 말해 보시오.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해보기 바람)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쟁점 확대하기
1. 세계화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이룰 수 없다.
프리드먼은 신자유주의라는 황금구속복을 통해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화의 경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무역의 자유화,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의 철폐 등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련 경제의 현대화, 능률화, 민영화가 세계화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까?
현대 경제는 수량, 계산, 예측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런 수량화, 계산가능, 예측가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황금구속복'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유무역을 이룰 수 있는 강자의 몫이다.
2.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자급자족의 경제를 통해 욕구를 해결했고, 전통문화를 지켜나갔다. 세계화는 이런 문화를 소비와 경쟁의 틀에 집어넣었다. 과연 돈만 들어오고 다른 것은 변하지 않았을까? 화폐경제의 유입은 전통문화의 상실 및 자립체계를 무너뜨리고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진 것이다.
돈이 라다크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속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3. 공정무역은 공정하지 않다
공정무역은 공정하지 않다. 일반무역과 똑같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 공정무역 또한 지속가능한 무역이 아니다. 강자의 논리가 들어간 무역이다. 그들은 플랜트 농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무역이라는 가면 속에서 영원히 커피, 바나나, 홍차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그들이 자유롭게, 공정하게 무역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무역할 품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시장체계를 새롭게 개척할 수 없다. 자급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영원히 세계시장에 종속시키는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기 때문이다.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2011학년도 성균관대 인문 2 논술문제
[문제 1] 〈제시문 1〉 ~ 〈제시문 5〉는 세계화의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한 후, 그 핵심 논지를 요약하시오. (20점)
[문제 2] [문제 1]의 두 입장과 관련지어 〈표 1〉이 보여주는 현상을 해석하시오. (30점)
[문제 3] 〈그림 1〉과 〈그림 2〉가 보여주는 현상을 [문제 1]의 한 입장에서 설명하시오. (20점)
[문제 4] 〈보기〉에서 드러난 세계화의 명암을 밝히고, 세계화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시오. (30점)
쟁점 관련 도서
1. 나쁜 사마리아인들
2. 오래된 미래
쟁점 관련 영화
1. 붉은 수수밭
2. 마지막 황제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세계화', 이 단어는 현대사회를 설명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서로 경쟁하는 동시에 의존하게 되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화 체제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조직의 규모 감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하는 것이라 하였다. 또한 그는 신자유주의 정책만이 세계화 경제에서의 유일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러나 〈자료2〉 라다크 사람들의 사례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들은 예로부터 돈 없이 기본적 욕구들을 충족시켜왔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새로운 경제체제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들은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돈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자료3〉은 세계화라는 틀 속에서 이뤄지는 무역 중,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이 공정무역이라는 이름하에 '후진국'을 돕는 것이 얼마나 불공정하며 비윤리적인지를 보여준다. 선진국들은 과거 후진국들을 수탈하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그런 선진국들이 지금 와서는 후진국들에게 자립할 기회를 준다며, 최저가격 보장, 공정무역 장려금 등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결코 공정하지 못하고, 윤리적이지도 않다.
이처럼 세계화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프리드먼이 언급한 신자유주의는 행복했던 고원지역 사람들을 탐욕스럽게 바꿔버리고, 후진국들을 영원히 선진국들이 수탈하도록 만들어 버리며, 그들을 불행하게 했다. 과연 이러한 세계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와 경쟁이 윤리적이며, 공정할까? 절대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강자의 약자에 대한 수탈일 뿐, 공정이라는 이름을 붙일 가치조차 없다.
진정 이 체제와 상황이 공정하고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강자들이 약자들에게 수탈했던 것들을 아무 대가 없이 돌려주고, 약자들이 자유롭고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여, 스스로 일어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의 수탈을 그만두고, 강자, 약자 구별 없이 모두가 함께 손잡고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전주 동암고 1학년 최원영
2. 교사 총평
소비와 경쟁은 윤리학의 대상이다
신자유주의 무역, 공정 무역.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정 무역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정 무역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 비윤리적이다. 그들은 영원히 바나나, 커피만을 재배하며 선진국의 배만 불려주며, 그들은 계속 굶주려야 하기 때문이다.
△독해력
먼저 최원영 학생은 프리드먼의 세계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 라다크 사람들이 돈에 예속되면서 행복은 사라져가고, 공정무역의 틀이 강자의 약자에 대한 수탈이라는 내용을 구조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논리력
논술은 논증이다. '세계화 속에서의 소비와 경쟁이 윤리적이지 않다'라는 주장에 공정무역은 약자에 대한 수탈이라는 설명을 통해 정확히 증명하고 있다. 공정무역이 오히려 그들을 불행하게 하게 했다는 이유와 함께.
△표현력
논증의 구조가 뒷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분량이 조금 아쉽다. 이것은 아마도 개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1,2 문단의 양과 3, 4 문단의 양의 배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처음, 중간, 끝의 구조는 잘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