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정시의 적자(嫡子)라 할 수 있는 송 시인이 펴낸 또 다른 시집'아픔이 아픔에게'(푸른사상)는 영혼의 강장제에 가깝다.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선 시인은 지나버린 생을 관조하면서 세상의 모든 자연에서 가르침을 얻어 푸석푸석해진 영혼의 체력을 증진시킨다.
"대학에서 정년을 한 후의 내 노년이 마치 죽지가 부러진 새 같다는 생각을 한 때가 많았습니다. 이 시집이 세상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아픔의 한 모서리 부분이라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시집이 모든 이의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인은 '사라지는 줄도 모르면서 // 애간장이 터지게'('매미의 울음'(1)) 울거나 '쓰라린 황야를 날아가는'('강을 건너는 법') 것이 바로 인생이라면서 그 절대 고독의 세계로 초대했다. '나의 손은 원래부터 빈손이었구나'('손') 하는 깨달음은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칠순을 넘긴 날의 흔적들은 시인의 자기 성찰과 의식의 세계를 '지극히 낮게 속삭이는 언어'의 미덕으로 촘촘히 엮어냈다. 작품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은 '미당에게서 능청을 빼면, 그 자리에 담백하고 조촐한 송시인의 점잖음이 남는다'고 적었다. 결국 시인의 성찰적 세계가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은 세상과의 소통. '늙은 소년'은 스스로 바보가 되어 환한 웃음판으로 초대해 무릉도원을 만들고 싶다('과수원에서')고 고백했다.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 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송 시인은 1971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1980년부터 우석대로 부임해 우석대 명예교수가 됐다. 시집으론 '강을 건너는 법','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등이, 저서로는 '한국 명시 해설','서정주 예술 언어','석정 시 다시 읽기'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