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허술한 직원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직원이 크레인까지 동원해 연구용 전선 수십 톤을 훔쳤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며, 범행 시작 1년 뒤에서야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고창경찰서는 11일 자신이 근무하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산하 고창시험센터에서 전선 35톤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장모씨(42)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장씨의 범행을 도운 강모씨(46)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8월 31일 오후 6시 30분께 고창시험센터에 쌓아둔 5톤짜리 연구용 전선 드럼 2개를 훔친 것을 비롯해 올해 8월까지 시가 1억 8000만원 상당의 전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 직원에게 '강씨가 탄 트레일러를 통과시키라'고 지시한 뒤 크레인을 이용해 전선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동안 이어졌던 장씨의 범행은 올해 9월초 경찰에 도난신고가 접수되면서 막을 내렸다.
장씨는 훔친 전선을 경기도의 전선 재생업체에 1개 드럼에 3000~4000만원을 받고 팔아넘겼으며, 이 돈은 보증과 사채로 진 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 관계자는 "10일자로 장씨를 해임했다"며 "어떻게 1년 동안 범행이 이어질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은 감사실에서 별도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