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훔치다 경찰에 잡힌 60대, 40년만에 감격적인 가족 상봉

26년전 사망처리…조사과정서 형제 확인

26년 전 가족에 의해 실종·사망 처리된 사실을 모른 채 살아온 60대 노인이 실수로 고물을 훔치면서 40여년 만에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전주에서 고물을 수집하며 근근이 생활해 온 이모씨(60)는 지난 달 25일 오전 6시께 전주시 경원동의 한 공터에 쌓여있던 패널을 고물인 줄 알고 자신의 리어카에 싣고 갔다.

 

하지만 이씨가 가져간 패널은 주인이 있었고, 훔친 지 2주일 만에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 이씨는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이미 1986년 사망신고가 돼 호적이 말소된 상태였던 것.

 

사연은 이랬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살았던 이씨는 10대 중·후반 무렵 가출해 고물을 줍거나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며 혼자서 생활했다. 이후 보육원에 들어가 그 곳에서 새 이름을 받았고, 한때는 충청도에서 산중생활도 하는 등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다.

 

내성적인 성격에 사람과 접촉을 꺼렸던 이씨는 평생 단 한 차례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은둔 생활을 해온 것.

 

경찰은 이씨의 부모님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이씨의 형과 여동생 등 4남매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하고 이씨의 생존 소식을 전했다.

 

사건을 담당한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이씨와 이씨의 형제들은 40여년 만에 상봉한 감격에 통곡했고, 김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패널 주인의 배려로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으며, 현재 호적을 되살리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형제들과 함께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