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앓고 있는 출연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고 맞춤형 경영평가를 통해 업무 효율성 극대화해야

▲ 김 영 배

 

전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최근 도내 기업지원 관련 출연기관들의 부실 운영에 관한 지적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올 상반기에 실시됐던 도 감사결과가 뒤늦게 거론된 거였지만, 사실 출연기관의 방만한 기관운영에 대한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예로서 지역의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운영 중인 테크노파크(TP)를 들 수 있다.

 

지식경제부의 2012년도 전국 TP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올 초 약 2개월 동안 진행된 감사에서 처분요구 171건, 조치사항 224건의 감사지적과 징계 20명, 주의 242명, 그리고 10억 원 이상의 재정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이러한 감사결과는 최근 3년간 지경부의 평균 감사 처분요구가 피감사기관당 10건이 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많은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만연한 TP의 부정비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북TP 또한 감사의 칼날을 피해가진 못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경미한 편이었지만, 지경부 감사에서 관련자 6명에 대한 주의조치가 있었고, 전북도 감사에선 경고 5명, 견책 1명, 주의 1명 등 총 7명에 대한 처분과 부적정하게 지급된 운전원 초과근무수당과 연구수당 등에 대해 회수조치 처분이 내려졌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현상이 올해 한꺼번에 터진 걸까? 그동안 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 기관장으로 가는 관행을 정부와 지자체가 방치하고,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하지 않아 스스로 부정비리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지만, 출연기관들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최근 10년 동안 도내 출연기관들은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지난달 도의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올해 도내 10대 출연기관에 지급된 출연금은 수백억 원이 넘고 있으며 해마다 수십억 원씩 증가추세에 있었다. 심지어 최근 6년 동안 출연금이 7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 물론 그간 기관의 노력이 빛을 발휘해 외형적인 성장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이에 발맞춰 그간 내재돼있던 구조적인 문제 또한 서서히 수면위로 노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얼마 전 종료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출연기관들에 대해 필자가 속한 상임위는 강도 높게 감사를 실시했는데, 기존의 기관별 경영평가와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 외에도 출연기관마다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체계적인 업무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하고 기관 임의대로 처리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성과급 지급이나 각종 교육사업의 강사료 지급규정 등 각종 규정들이 제각각이었는데, 기관마다 자의적으로 해석되며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는 지급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정도였다. 또한 정원을 훨씬 초과한 비정규직의 운영과 정규직과의 차별적 행위는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 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정책과도 상반되는 사안으로서 향후 조직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보다는 눈앞의 편의만 따지려하는 시대착오적인 기관장의 마인드는 한심할 따름이었다.

 

이밖에도 사업 홍보에만 치중했지 실패한 사업에 대한 분석과 개선 노력은 찾기 힘든 면도 공통점이었는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선 방만한 기관운영과 비리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때마침 전라북도는 공기업과 출연기관 등에 대한 비정규직의 고용실태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성과목표도 상향 조정하고 기관장 책임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러한 조치에 뒤늦게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일방적인 비정규직 대책과 획일적인 경영평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예산과 인력수급에 따른 정원 보강이 담보돼야 비정규직 대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기관 특성에 맞는 경영평가가 이뤄져야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도내 기업지원 출연기관들도 설립 후 강산이 한번 변할 만큼 시간이 흘러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나 전라북도에 기여하고 도민과 함께 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