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병원 원장
이것이 바로 한국 의료보험의 행위별 수가체계의 문제점이다. 즉 환자 개인에 대한 의료행위가 많아질수록 환자와 병원은 좋을 수 있지만,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국민 각자의 의료보험료이든, 세금에 의한 정부의 지원이든 간에 결국은 의료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부담이 증가한다.
의료의 소비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즉 첫째 의료의 질적 수준, 둘째 의료보험비의 저렴함, 셋째 병원 이용의 용이성이다.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갖춘 나라가 한국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내부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지만 결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의료의 질은 향상돼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한국 전체의 평균적인 수준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서울과 지방 시골간의 지역적 의료기관 간의 편차는 아직도 엄연히 존재한다. 또한 군 의료시설은 매우 열악하고 대형화재, 대형교통사고, 폭발, 지진 등의 동시 다발적인 중증 외상 환자나 시골에서의 출산, 야간 응급실의 당직의 문제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둘째 한국의 의료보험비가 과연 저렴한가이다. 물론 저렴하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가 최종 부담하는 비용은 전체 치료비의 35% 정도에 이른다. 즉 의료보장인가 진료비 할인인가 구분이 모호해진다. 기본 진료비가 저렴하니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선택진료라는 부가적 특진비, MRI, 초음파 등의 자기 부담인 여러 가지 비급여 검사, 간병비 등의 추가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셋째로 병원 이용의 용이성은 한국의 병원출입이 너무 쉬워 문제이다. 마치 병원을 쇼핑이라도 하듯 중복적 이용과 과잉 검사, 과잉 투약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모두가 모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모든 대선 후보들이 앞을 다투어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문제점에 의한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국민 각자의 의료비 부담금 상한선을 연 100만원으로 하겠다', '중증질환은 본인부담금을 전혀 없도록 하겠다', '비급여 항목을 줄이겠다, 아니 없애겠다', '간병인 비용을 의료보험에서 처리하겠다' 등등 매우 다양하고 많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시급한 문제는 많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환자의 치료비, 그리고 정신 질환자, 치매 등 공공의료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 들을 일거에 해결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사회복지가 모두 의료에만 집중돼도 과연 해결될까 싶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기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결국 비용이다. 비용 부담의 최종 귀착점은 국민 각자인데 우선 국가 재정에서 지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은 상대방이 하니 나도 질수 없다 하는 것일까? 내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사탕발림이 우선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후보도 과연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계산될 수 없는 공약이 난무 할수록 왠지 더욱 더 허무해지고 근본적인 해결점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사회복지 특히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의료에 있어서 국가의 기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그 부담은 과연 누구에게 귀착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