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라대곤씨(73)가 낸 다섯번째 소설집 '퍼즐'(신아출판사)의 극적인 반전이다. 군산 명산시장 번영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병구가 아랫사람 오 영감에게 보기 좋게 당한 소설의 결말이다. 일제 강점기 잔재들을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으로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마뜩해 하지 않은 데서 작품은 출발한다.
'구도심 활성화도 좋지만 아무래도 일본인 거리를 복원하겠다는 것은 나이를 먹은 시민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중략). (일본양조장이 있던) 술 공장에 유곽골 시장까지 복원하면 어떨까? 홍등가 유곽까지 확실하게 복원을 해서 옛날의 흥청대던 군산을 다시 만들자. 명산시장 번영회장 김병구가 꿈꾸어 오던 세상이다."
시커먼 속을 갖고 있는 주인공 병구가 제 꾀에 넘어가 비웃음거리가 된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작가는 투병 중에도 '퍼즐'을 포함 8편의 단편 소설을 써 이번 소설집에 담았다. '내 이름은 똥개''도둑맞은 배꼽''불경죄''비열한 동행''장미를 위한 랩소디''운명''환각' 등이다.
저자는 "좀 특별한 소재들이지만 모두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조금씩 모가 난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지만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부딪히고 이해관계가 맞물린 이야기들이다"고 소개했다. 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로 읽으면서 이 시대에 소시민들의 삶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