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과 어우러진 태백산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처럼 오랜 세월동안 다른 사람 돕고 아름다운 향기 발하며 살기를

▲ 유 광 찬

 

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어머니 가슴처럼 푸근한 태백산(太白山·1567m)은 이름 자체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며 흔히 '민족의 영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명산이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산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태백산은 그리 험하지 않다. 정상부는 연로하신 어머니의 가슴처럼 넉넉하고 평평해 편안함을 준다. 게다가 산행 기점의 고도가 해발 850m 정도여서 정상에 오르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태백산은 험하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여 겨울등반이 유명하며 봄철의 진달래, 철쭉,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朱木)이 자생하고 있는 영산으로 왕이 천천히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천제단, 단종비각, 문수봉, 최고지대의 샘인 용정, 해돋이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년 1월 중순에 열리는 태백산 눈축제는 환상적인 설경 속에 1월 중순경 전국 눈조각 경연대회를 비롯해 등반대회, 오궁썰매타기 눈축제 전야, 축하공연, 댄스경연 등이 펼쳐져 겨울의 향기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매년 5월 말~6월 초에 열리는 태백산 철쭉제는 하늘에 닿을 듯한 영산 태백의 산자락들이 다홍치마를 두른 듯 화사한 철쭉꽃으로 붉게 물드는 5월 하순경 태백산의 고운 철쭉과 함께 전야제, 모닥불 놀이, 전국등반대회, 전국유일의 화석축제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태백산 정상에는 봄이면 화사한 철쭉이 주목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에서 4월말에 시작된 철쭉꽃은 6월이면 태백산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정상인 천제단 일대와 장군봉 일대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분홍빛으로 산을 물들인다.

 

태백산을 등산할 당시 천제단에 피어있는 철쭉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리산 바래봉 철쭉에 익숙해 있는 필자는 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바래봉 철쭉은 꽃 색깔이 원색적이어서 그야말로 선홍색, 진분홍색으로 산 전체가 붉은 꽃바다를 이루고 있지만, 태백산 천제단 철쭉은 연한 분홍색 철쭉으로 지리산 바래봉 철쭉과 같은 강렬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철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정상에 올라 11시 방향에 보이는 태백시도 멀게만 느껴졌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산세가 완만하여 어머니의 가슴과 같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을 쓰고 있는 필자의 손등에 꿀벌이 날아와 앉았다가 날아 간다. 필자에게도 향기가 있나 보다. 태백산에 와서 필자도 벌이 좋아하는 선남(仙男)이 되었단 말인가?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가 산등성이를 휘감고 지나갈 때,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니 고래 모형의 흰 구름이 푸른 바다에서 요동치는 고래처럼 느껴진다.

 

태백산은 살아천년 죽어천년 간다는 주목으로 유명하다. 우리 인간도 주목처럼 오랜 세월동안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아름다운 향기를 발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