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52편 '원고 봇물'… 중년 출품 돋보였다

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예심…시 1296편·수필 422편·소설 179편·동화 155편 작년 비해 3배 응모…지역·성별·장르 고른 포진 연륜 담긴 작품 늘고 젊은 세대 참신한 글 드물어

▲ 2013년 1월 1일,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은 누가될까. 지난 21일 전북일보 3층 편집국에서 예심에 참여했던 (왼쪽부터) 박예분 김종필 박성우 기명숙 최기우 유강희 김재희 박정윤씨.

 

이강민기자

'50대의 반란'은 대통령 선거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도 글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전국의 50대 원고가 대거 몰렸다. 갈수록 고령화 돼가는 지역의 신춘문예 현실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원고가 3배 이상 증가한 2052편에는 팍팍한 현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50대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는 시 1296편(311명), 수필 422편(187명), 소설 179편(170명), 동화 155편(151명)으로 총 2052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3배, 예년과 비교하더라도 64% 가량 증가한 올해 출품작들은 지역·성별과 무관하게 전 장르에서 고른 포진을 보였다. 심사위원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소설 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출품작이 많이 몰렸고,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 등 해외 출품작은 물론 기동 순찰대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접수를 마감한 사례까지 이야깃거리가 풍부했다.

 

21일 열린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예외적 급증의 이유로 막막한 사회 현실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오랜 습작기간을 거친 중년의 기본기와 연륜이 결합된 작품이 많은 반면, 2030세대의 신선한 발상을 담은 글은 드물었다"면서 "본래 신춘문예라는 게 '얼마나 잘 썼느냐' 보다는 '얼마나 더 잘 쓸 수 있겠느냐'를 보고 뽑는 것인데, 패기 있고 참신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시 부문에선 대개 침울하고 강팍한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다수였다. 심사를 맡은 박성우·유강희 시인은 "올해는 언어 유희적 경향이 짙은 미래파 경향의 시가 크게 줄어든 반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전통 서정시 범주에 들어갈 시가 유독 많았다"면서 "그러나 서정시라 하더라도 낯선 지점을 찾아내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의 시는 대개 비슷한 흐름을 보였고,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매력까지는 아니었다는 평이다.

 

이례적인 '원고 홍수'에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읽느라 진을 뺀 최기우 박정윤씨는 "실업·불륜 등 불안한 삶을 엿보는 소재가 많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을 묘사하는 서사 전략이 뛰어난 작품들이 상당했다"고 심사평을 내놨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문단의 앞 글자만 따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읽히게 하는 이색 작품은 심사위원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지난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탄탄한 글쓰기를 보여줬던 수필은 올해 다소 부진했다. 기명숙 김재희씨는 심사를 통해 "삶의 매너리즘에 빠져 일상을 나열하거나 하소연과 호소에 머무른 작품이 대다수"라면서 "깊은 사유와 문학적 승화를 통한 '주제 의식'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수필은 무형식'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무질서 혹은 방종한 스타일도 아쉬웠다"고 밝혔다.

 

동화에서는 상상력은 돋보였으나,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약한 작품이 많았다.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종필·박예분씨는 "재밌고 톡톡 튀게 전개돼야 할 우화가 지루해져버리고 마는 상황이 속출했다"면서 "반면 제목만 봐도 궁금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신경쓴 작품이 대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개 50대 작품의 경우 현재의 아이들을 읽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아이들을 불러내 시대와 소통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선작은 이달 말 개별 통보되며,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예심 심사위원

 

△시= 박성우 우석대 조교수, 유강희 시인 △소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박정윤(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자) △수필= 기명숙, 김재희 △아동문학= 김종필, 박예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