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루지와 산타클로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잘 쓰는 사람이다." 홍콩 영화배우 성룡(58)의 명언이다. 성룡은 미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작년에 자신을 '아시아 최고 기부영웅'으로 선정하자 "아들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아들에게 능력이 있다면 아버지의 돈이 필요 없을 것이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돈을 남겨준들 헛되이 탕진하게 될 것이다." 영화속의 대사처럼 멋진 말이다.

 

미국엔 자선사업가들이 많다. 앤드류 카네기와 존 D 록펠러는 이미 전설이고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수많은 부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돈을 숭상하는 자본주의 나라이지만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부자를 존경하지는 않는다. 돈을 움켜쥐고 나누지 않으면 '스쿠루지'라고 부르며 혐오한다.

 

반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 사회가 아낌 없는 갈채를 보낸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 있게 쓰는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도 자선사업가의 활동이라면 주저 없이 1면에 기사를 게재한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기업이나 오너 자신의 이미지 관리용으로 자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는 범죄를 저지르고 면피 수단으로 자선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 1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공익 기부금을 내놓고도 존경은 커녕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돈을 벌 줄만 알았지 가치 있게 쓰는 방법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 성탄절이다. 산타클로스는 자선의 상징이다. 그 유래가 배려와 선행이다. 성인 니콜라오는 몰락한 집안의 한 가장이 돈을 받고 세 딸을 팔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몰래 금이 든 주머니를 그 집안에 던져주었다. 그래서 니콜라오는 '선물 주는 이'로 통한다. 나중에 대주교가 되어서도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네덜란드 신교도들은 그를 '신터 클라스(Sinter Klass)'라 불렀고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미국식 발음인 '산타 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

 

세밑이다.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성금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한다. 자선은 꼭 부자여야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부자들이 스쿠루지가 돼서도 안된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잘 쓰는 사람이라는 명언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