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 오른 작품은 '칼', '하루', '밤의 탈피', '끈', '부활' 등 모두 다섯 편이었다. 독특한 시공간을 설정한 '칼'은 문장도 매끄럽고 감각 또한 예리했다. 모두 구체성과 꼼꼼함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작가의 의중이 명확하지 않으니, 소설은 그저 단순한 이야기와 판타지물로 머물고만 느낌이다. 보다 현실에 깊게 뿌리박힌 이야기를 쓴다면 조만간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접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하루'와 '밤의 탈피','끈'은 몇몇 인상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성긴 마무리와 식상한 상징으로 인해 선택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하루'에서는 아내의 변심이 익히 예상되었고, '밤의 탈피'에서는 주인공 '나'의 상처가 감상적이고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끈'은 '뜨개질'의 상징성이 너무 빈약하였다. 아쉽지만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번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은 '못'이었다. '못'은 일종의 캐릭터형 소설이었다. 소설 속 사건은 어쩌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한 남자의 일상이 전부이다. 물론 그 교통사고에는 남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었다. 이 소설에서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지점은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균열과, 그 균열이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인식, 그리고 다시 그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한 인간의 적나라한 내면 투쟁 그 자체였다. 이 소설 속 질문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균열'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고, 또 한편 '균열'을 긍정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군데군데 불안한 문장과, 들쑥날쑥한 플롯이 어떤 극적 계기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 사실이나, 날것 그대로의 신인 목소리로 긍정하기로 했다. 당선을 축하하고, 꾸준한 건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