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뱀은 징그럽고 차가운 이미지 탓에 부정적인 비유에 많이 쓰인다. 그러나 상상 세계에서 뱀은 소망을 이루어 주는 신적인 존재다. 겨울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허물을 벗고 성장하기 때문에 영생불사나 재생을 상징한다. 또 땅과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정력을 소생시키는 상징이기도 하다.
뱀띠 해인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많은 이들이 새벽 해맞이에 나서 소원을 빌었다. 쾌유를 빌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좀 더 나은 여건이 되길 기원했을 것이다. 일자리를 소망하기도 하고 수험생을 둔 부모는 '대박'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오늘 솟아오르는 태양이 어제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천양의 차이가 있다. 새해에 희망을 담아 띄워 보내는 민초들의 소원은 그래서 값지다.
아울러 새해엔 정치쇄신의 해가 되길 오목대 자(者)는 기원해 본다. 지난해의 열쇳말은 '정치쇄신'이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국민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절망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질타했지만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치른 지금도 국민 눈높이의 쇄신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패권주의와 계파정치, 편가르기, 폐쇄적 정당구조 등 낡은 정치 청산과 새 정치 패러다임 창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철학자 니체는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결국 죽고 만다. 인간도 이와 똑같다."고 했다. 기득권과 낡은 사고에 갇혀 있으면 결국 죽고 만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 삶이 바뀐다. 계사년 새해엔 정치권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뱀처럼, 낡은 가치에서 벗어나 정치쇄신을 이뤄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