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하와를 속여 선악과를 먹도록 만든 사탄으로 등장하고, 날름거리는 혀와 매서운 눈, 허물 벗는 냉온동물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뱀은 세계 여러 나라 역사 속에서 지혜와 재생, 영생의 동물로 각인돼 왔다.
특히 허물을 벗으며 살아가는 뱀은 거듭남, 성장, 발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한 저서에서 "허물을 벗을 수 없는 뱀은 파멸한다. 의견을 바꾸는 것을 방해받는 정신들도 이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정신이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고 또 살아남을 수도 없다고 설파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큰 화두 중 하나가 '변화'였다. 변화하지 않고 구태에 머물러서는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없고 오히려 후퇴한다는 경고도 함께 붙었다. 하지만 변화에 실패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00만 표가 넘는 큰 표 차로 패했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지난 대선에서 한 가닥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박근혜 후보는 변화의 흐름을 간파했기에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어려운 글로벌 경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향해 '경제민주화' 카드를 전격 내놓았다. 경제민주화는 진보 세력의 전유물처럼 인식됐지만, 박 후보는 김종인 씨를 일찌감치 영입하는 등 경제민주화 주도권을 쥐고 나섰다. 이런 모습은 부자와 대기업 등 보수의 상징으로 비춰지던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이미지를 크게 돌려놓으며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들은 새누리당과 박후보의 정책을 확실하게 누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박 후보 부친의 독재 등 네거티브에 주력했다. 선거전이 한창일 때까지 기득권에 연연하고, '친노'를 전면에 세웠다. 민주통합당에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없었다.
전북은 그동안 낙후를 개탄하고, 새누리당이 전북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돌이켜보자. 과거 세차례 대선에서 이회창, 이명박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번에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도 불과 13.2%였다. 20년 넘게 국회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전북이 거대한 제1당과 등을 완전히 돌린 채 도움을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다. 낙후를 말할 자격도 없다. 전북은 지난 1987년 대선 이후 한 번도 정치적 허물을 벗지 못했다. 전북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허물을 벗는 일, 변화하는 일은 고통이 전제된다. 전북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변화에 나선다면 전북의 미래는 더욱 희망차게 다가온다.
다음 달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정치판도 '새로운 정치'를 위한 진통을 시작했다. 전북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전북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국회의원, 상공인, 학계 등 각계 주도층을 비롯해 도민들의 마음도 새로운 시대를 향한 출발선상에서 가슴 벅찬 희망을 품어 본다. 하지만 지금 전북 앞에 놓인 현실은 절대 녹록치 않다. 전북의 100년 성장을 이끌 정책들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하지만 새로운 정부도 결코 '전북 프렌들리'가 아니다. 다만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 대탕평인사를 공약한 사실을 주목할 뿐이다.
전북은 이제 낙후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변화를 말해야 한다. 전북의 낙후 원인을 되짚어 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발전된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 전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전북은 대한민국 탄소산업 1번지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사업도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한층 속도를 더해 갈 채비를 갖췄다. 전북의 곳곳에서 희망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전북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소중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말 잔치로는 안된다. 전북의 굵직한 성장동력들의 추진력이 왜 약한지 솔직히 말해야 한다.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 줄 실질적인 힘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의 후줄근한 근육, 안이하고 느슨한 정신으로는 안된다. 새로 솟아나는 강한 근육, 지혜가 넘치는 강인한 정신력이 전북을 밝은 미래로 이끌 수 있다. 허물을 벗어 던지는 변화를 통해 전북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 가는 계사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