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징검다리에서 작가는 '문학의 봄'을 꿈꾼다

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정경·강성훈·염연화씨

▲ 영하 10도가 넘나드는 매서운 강바람 속에서 김정경(시) 염연화(동화) 강성훈(소설)씨(앞줄부터)가 징검다리에 섰다. 작가의 길은 바로 이것과 같으리라. 이들은 문학의 바다에서 분투하는 항해사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안봉주기자 bjahn@

한국 문단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품에 안긴 등단 소식.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도전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다가 떨어지는 쓰라림을 겪었던 김정경(34·시)씨나 백수(?)로 글을 쓰다가 장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는 강성훈(35·소설)씨, 소설을 쓰다가 아동문학으로 바꾼 게 큰 행운이었다는 염연화(38·아동문학)씨의 이야기는 한 편의 단편 소설 같았다.

 

올해 신춘문예는 믿기 어려울 만큼 '원고 홍수'를 이뤘다. 시 1296편(311명), 수필 422편(187명), 소설 179편(170명), 동화 155편(151명) 등 총 2052편으로 글쓰기로 존재감을 확인하고픈 중년층이 대거 출품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선작은 모두 30대에서 나왔다. 수필 부문 당선작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경씨는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너 시집 언제 갈래?"라는 선배들의 농담에 "시집(詩集) 내기 전엔 시집 안 가"라고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전주MBC 방송작가인 그는 "본래 끈질기거나 집요한 근성은 없는데, 시는 참 포기가 안 됐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아까운 '무엇'이었다"고 털어놨다. 당선작'검은 줄'은 MBC 파업 현장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특수 고용자'인 자신의 심경을 형상화한 작품.

 

"아직도 꿈결인 것 같아 내일 시상식을 하지 않으면 등단 소식이 취소될 것 같다"고 불안해하는 그에게 "포기 안하고 써줘서 고맙다"는 스승의 전화는 울컥하게 만들었다. 가시는 길에 시 한 수 가르쳐 주신 할머니와 경남 하동에서 열심히 농사짓는 부모님께 "책임을 지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성훈씨는 당선 소식 전화를 가장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너무 얼떨떨해서"라고 나중에 고백했다. 전북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 대신 글 쓸 궁리만 해 "집에서 내놓은 아들"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극한에 처해 죽음을 선택하는 걸 보면서 희망의 끈은 아니더라도, 절망의 힘으로도 살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에게 작품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론가 김현의 말을 빌린 성훈씨는 누군가의 욕망과 결핍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눈망울이 유독 커서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릴 것처럼 보이는 연화씨는 본래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소설을 썼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글쓰기 열정이 시들해질 무렵, 아동문학이 눈에 들었다.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그가 어느 날 발견한 우체통은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보였다. 버려진 우체통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보고 당선작'두근두근 우체통'을 쓸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어린 시절엔 수줍음도 많고, 조숙한 아이였다. 어릴 적 마음의 허기를 아동문학으로 채워가는 것 같다." 는 연화씨는 아동문학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의 씨앗으로 움틀 수 있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