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을까. 공염불이 돼 버린 정치쇄신, 특권의 대명사인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끌어안기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쇄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던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침묵하고 있다. 쇄신논의는 커녕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단 하루만 일해도 매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국회의원 연금 예산을 통과시켰고, 관광성 해외 방문도 과거 습성 그대로 도졌다. 해를 넘긴 새해 예산 처리와 이른바 민원성 '쪽지 예산'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 '역시나'였다.
이런 뻔뻔한 행태를 보면 향후 쇄신과제도 글러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구태가 반복되면 될수록 국민들은 안철수를 다시 떠올릴 것이다. 아마추어 정치, 매끄럽지 못한 단일화, 선거날 미국행 등이 성에 차지 않을 망정 정치권이 낡은 정치에 갇혀 있는 한 안철수의 '새정치와 진심정치'는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생각을 받들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중략) 등이 '구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국민들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죠. 새로운 체제는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안철수의 생각' 37∼38쪽)
민심은 언제나 살아있다. 민심을 잃으면 권력은 사상누각이다. 지금처럼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국민을 우습게 본다면 민심은 등을 돌리고 만다. 선거 때 '다 갈아엎자'는 구호로 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자 말씀은 오늘날에도 진리다. 국회의원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다. 세상이 다 아는 이치를 국회의원만 모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회초리를 더 맞아야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할텐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