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기꾼 현행법 맹점 이용 '꼼수'

'내 집 마련 꿈' 지역주택조합 허와 실, 상)문제점과 현황 - 토지매입·분양가 책정 않고도 추진 '불법 조장' 전주지역 9곳 3663호 진행…내홍·비리 심각

집이 없는 무주택자 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지역주택조합의 본질이 투기와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주시내 대부분 지역주택조합들이 내분과 비리에 휩싸이면서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아파트 설립 추진도 지연되는 등 사실상 사업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욱이 지역주택사업 추진이 좌초될 경우 조합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북일보는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허와 실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전주지역 주택조합 현황= 현행법이 미비한 까닭에 토지 취득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고 분양가격을 확정짓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가 하면 조합장을 들러리로 내세워 특정인이 조합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일반 분양 아파트는 분양 승인을 받은 뒤 모델하우스 건립과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의 모집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또 일반 아파트는 분양 승인을 받으려면 토지 취득은 물론 분양가 원가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이 같은 적용 법령이 없다.

 

현재 전주시내에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모두 9곳으로 분양호수는 총 3663호다.

 

한국노총 전북지부가 추진하는 전주효자동지역주택조합(392세대)을 비롯해 (주)서희건설의 서부신시가지 지역주택조합(481세대), 전주 평화동 엠코지역주택조합(510세대), 남해종합건설의 전주평화동 에코그린주택조합(431세대), 코오롱글로벌의 신시가지 스카이타워(513세대), 벽산엔지니어링의 송전제일주택조합(464세대), 양우건설의 솔래양우지역주택조합(399세대), 신동아건설의 송천 송학1(303세대)과 송천 송학2(170세대)가 추진 중에 있다.

 

이 밖에도 전주 고사동 및 다가동 등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어둠 속 투기세력 상존= 수도권 지역주택사업에 참여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 투기꾼들이 전주시내 대다수 지역주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인 등의 명의로 조합추진위가 설립되기 전 해당 부지 일부를 매입,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최소 1억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인근 주민들을 현혹한다.

 

이후 토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이 매입한 금액의 두 배 이상에 땅을 되판다. 또는 사업 전망이 밝은 조합의 경우 토지 일부를 끝까지 팔지 않고 기다렸다가 조합 측에 고가에 파는 속칭 버티기 작업을 벌인다. 조합은 법에 따라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토지의 95% 이상을 매입해야 하는 이유로 이들에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웃돈을 주고 토지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의 장점은 일반 아파트분양보다 싸다는 데 있지만 토지매입이 안 돼 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등 실제 아파트 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조합 비리, 세력 다툼 얼룩= 조합의 사업 추진이나 금품 지출, 시공사 선정 등은 모두 조합 총회를 통해 결정되지만 조합장과 일부 임원진이 담합하면 조합 자금을 손쉽게 전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효자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전 조합장 A씨 등 다수가 아파트 상가 사전분양과 관련해 주택조합 업무대행사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업무대행사에 상가 사전 분양권을 헐값에 넘기면서 업무대행사는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겼고, 그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솔내양우주택조합도 조합장이 조합자금 수억원을 임의로 인출해 지출하는 등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 1대 조합장은 내부 갈등으로 사퇴했고 2대 조합장도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해임된데 이어 현 3대 조합장마저 금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피소됐고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탈퇴서를 제출하는 등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