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장관에 교과서 수정권한' 법개정안 재입법예고

진보단체들 '기준 모호' 반발…논란 계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초중고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다시 입법예고됐다.

교과부는 작년 8월 입법예고한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학술ㆍ교육단체와 교과서 출판사 등이 낸 의견을 수렴, 내용을 보완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재입법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작년 8월 개정안은 기존 대통령령에 규정됐던 장관의 교과용 도서 수정권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교과부 장관이 국정 교과서는 직접 수정하고 검ㆍ인정 교과서는 저작자나 발행자에게 수정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교과서 출판사 측이 장관의 수정요청을 거부하면 검ㆍ인정 합격이 취소되고 3년 동안 검ㆍ인정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교과부 장관이 교과서 편찬ㆍ검정ㆍ인정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 감수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했다.

이번에 재입법예고된 개정안은 작년 8월 입법예고에서 포괄적으로 표현된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사유를 ▲오기ㆍ오식 등 객관적 오류 ▲통계ㆍ사진 등의 갱신 ▲학문적 정확성 및 교육적 타당성 결여 ▲교육과정의 부분 개정 등 사정변경 ▲검ㆍ인정 기준 부합하지 않는 내용 발견 등으로 구체화했다.

또 교과서 검ㆍ인정 기준도 ▲교육과정 내용의 충실 반영 ▲헌법 정신에 부합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 ▲지식재산권 존중 ▲대통령이나 공고로 정하는 교과목별 세부기준 준수 등으로 명시했다.

작년 8월 교과부는 개정안이 대통령령 사항 중 중요한 내용을 법에 규정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정부가 장관의 교과서 수정권을 법으로 격상해 교과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년 7월 교과서 출판사들에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詩) 등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수정ㆍ보완권고를 해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교과부는 "8월 개정안에서 장관의 교과서 수정 사유를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보학계 등은 '교육적 타당성', '정치적 중립성' 등 수정 사유나 검인정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수정 기준이 추상적인 만큼 교과서에 보수학계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역사인식을 볼 때 국민통합 원칙에 어긋나는 교과서 수정이 이뤄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