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임실군 애향운동본부장
군수로 당선된 후 취임을 며칠 앞두고 인사차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온 강 군수에게 진언을 전했다. 그날 필자는 "취임하게 되면 부군수는 꼭 임실출신이어야 합니다. 기자는 편집국장이, 교육공무원은 교장이, 행정공무원들은 부군수자리가 꽃이라고 하던데, 도청이나 타 시·군에서 임실출신을 찾아보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강 군수는 "고향 출신을 부군수로 데려다 놓으면 일은 안하고 차기 군수 선거운동만 한다"고 답했다. 이에 필자는 곧장 되받아서 나무랐다. "그때는 군수들이 모두 교도소에 갔으니까 그랬지. 강군수도 교도소 가려는가? 농민출신 군수로 그럴 일이 없잖은가. 만일 그렇다면 우리 애향운동본부 차원에서 혼을 내 줌세."하고 웃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완주출신 부군수가 2년 임기를 마치고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어쩌면 참 관운이 되게 없는 부군수다. 역대 부군수들은 군수 권한대행을 1년에서 2년이 넘게 잘 해먹고 갔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후문에 의하면 정읍이 고향인 신모 부군수가 오게 됐단다. 이번 7개 시·군인사에서 고창과 장수군은 고향 출신이 왔다는데 나머지군은 부군수가 군수에 도전해 올까 두려워 타 시·군 출신 부군수를 영입해 온 모양이다. 고향을 잘 알고 고향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칠 인재가 도처에 많은데도 못 데려온 이유가 뭘까? 차라리 청사를 부군수에게 맡겨두고 군수는 중앙부처나 국회를 다니며 예산을 따오거나 현안사업을 챙겼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까봐 불안해 타 지역 출신 부군수를 모셔온 모양이다. 전북일보 보도에 의하면 임실군의 올해 예산이 작년보다 겨우 15억 늘었다는데 이유는 뻔하다. 재임기간동안 법정엘 10여 차례 오갔고 변호사가 무려 9명이나 바뀌었다는 소문이다. 변호사 비용만도 얼마나 되는지 우리 영세민으로서는 계산이 쉽게 안 나온다. 한사람이 3억 원 이상인 변호사도 있었다니 개가 웃을 일이다. 어떤 이는 고향 부군수와는 비밀유지가 안되고 각종 업무를 맘대로 못하기 때문이며 대가성이 성립되지 못한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쏟아댔다. 그래서 말도 많았던 비서실장도 외지출신을 데려다 놓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도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필자가 충고하노니, 고향에 눈과 귀 하나씩은 맡겨두고 살던가 아니면 부단체장용에 사용할 현금이라도 넉넉히 마련해 두시게나. 그것도 아니면 불출마 각서라도 쓰시던가. 그래야만 고향에서 민선군수를 잘 모시며 부군수라도 하고 정년퇴직을 할 수가 있는 모양인데. 고향 후배님들이시여! 정신들을 차리시게나. 아니면 현직 군수나 차기 군수가 될 전망이 있는 선배를 자주 찾아 미리 줄이라도 서보시게나. 자기일은 자기가 개척해야 한다는 나이든 필자의 선배가 조언하는 바를 이해해 주시라고 당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