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에 사는 B씨는 4만여 평의 벼농사를 짓는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 교육 때문에 전주에 살면서 김제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B씨는 순소득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그 많은 농사를 짓지만 부인과 단 둘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트럭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농기계를 갖췄고, 농기계가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이 1급 수준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 덕택이다.
정읍에 사는 C씨는 친환경농업인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그는 40년간 포도 농사를 지으면서 익힌 친환경포도농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농사 철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의 농장에 몰려들어 포도단지가 조성됐을 정도다. 그 밖에 많은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땀을 흘린 대가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산업화 바람을 타고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농촌 현장이 여전히 썰렁해 보이지만, 그곳을 지키며 희망을 찾아온 사람들은 땅이 돌려주는 대가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소득 1억원 이상 농업경영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도내에서 억대의 수익을 올린 농업인은 1599명으로, 전체 1만6401명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북의 억대 농업인은 1568명이었다.
최근 귀농·귀촌에 관심을 보이는 도시민들이 많다. 농촌 현장에 억대 농업인이 많은 것도 그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이다. 차근 차근 준비해 노력하면 '나도 억대 농업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억대 농업인들이 어떻게 그 위치에 올라섰는지를 잘 살펴보고, 지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