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재조명…전문기자·PD도 양성" 양희섭 신임 KBS 전주 방송총국장

도민 화합 대규모 음악회 국내외 미술 작품 전시도

 

"내가 무슨 인터뷰할 게 있다고…. 살살 합시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KBS 전주방송총국에서 만난 양희섭 신임 총국장(55)은 아직 업무 적응 중이라면서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고향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막상 지역에 내려와보니 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는 양 총국장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고, 1인2역을 하느라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기자와 PD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안쓰럽다"며 걱정했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동참해달라"는 당부도 갈수록 악화되는 방송 환경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살맛나는 전북, 함께하는 KBS전주방송총국'이라는 슬로건은 이런 고민에서 얻어진 결론. 병주고 약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에 칭찬에 인색하지 말고 잘못한 것은 과감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큰 전제 아래 새만금 개발·농도 전북 재도약 등과 같은 지역 의제를 선점하고 구체화하려는 노력에 힘쓰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새만금이 전북의 신 성장동력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답을 내일 당장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생전에 뭘 봐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합니다. 새만금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으니 '글로벌 새만금 전북의 미래'라는 테마로 연중 캠페인을 벌일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한 특집 다큐는 물론 탐사보도를 주문하면서 새만금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 기자·PD를 키우는 일도 챙기겠습니다."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PD로 재직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문화적 소재에 관한 다큐 제작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리산 운봉 일대 가야 고분을 중심으로 '가야의 재발견'이나 남원 지역을 배경으로 한 판소리 세 바탕(춘향가·흥부가·변강쇠가)의 다큐 등이 그것. 양 총국장은 "올해가 디지털 방송의 원년으로 삼았으나, 시청자들이 환호하는 프로그램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다분한 것"이라면서 "예향 전북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적 뿌리를 되찾는 일에도 신경 쓸 생각"이라고 전했다. 방송 75주년을 맞아 도민들이 화합하는 대규모 음악회를 여는 한편, 청사 내 모악갤러리에서 수준 높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도 시청자와 교감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고 했다.

 

"나는 방송에서도 영상 휴머니즘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댈 때 결코 이쪽에서 저쪽을 일방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눈으로 대화를 하는 거잖아요. 결국 지역 언론과 더불어 도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계속해서 고민하는 일이 우선일 겁니다. 도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KBS 전주방송총국이 되겠습니다."

 

임실 출생인 양 총국장은 서울 중앙고와 한국외국어대 서반어과를 졸업했으며, 1985년 KBS에 입사해 편성국 외주제작국 차장·대전방송총국 편성제작팀장, 콘텐츠본부 다큐멘터리 국장, 심의실 심의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