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가 없는 조직

조금 오래된 버전이지만 네가지로 분류한 CEO 유형은 촌철살인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CEO, 똑똑하고 게으른 CEO, 멍청하고 부지런한 CEO, 멍청하고 게으른 CEO로 구분했다. '똑부' 를 CEO로 둔 조직은 피곤하고 괴롭다. 직장 상사가 똑똑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니 직원들은 죽어나갈 수 밖에 없다. 큰 톱니바퀴가 빨리 돌면 주변의 작은 톱니바퀴는 정신 없이 돌다가 결국 망가지고 마는 이치나 똑같다.

 

'멍부' 스타일은 목표가 어디인지,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불알 안 깐 돼지 유형이고 '멍게' 스타일이라면 조직이 파멸하고 말 것이다. 직장 상사로서 바람직한 유형은 '똑게'형이다. 게으르다는 것은 단순히 나태함을 이르는 게 아니라 묵묵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부하 직원은 어떨까. 상사가 좋아할 유형은 당연히 '똑부'형이지만 싫어하는 유형은 쓴소리 잘 하는 직원이다. 쓴소리를 자주 해야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겉으론 칭찬하지만 속으론 피곤하게 생각한다. 쓴소리는 조직이나 CEO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분이다. 잘못가는 일이 없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쓴소리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부하 직원이 상사한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하테 스스럼 없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문제는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직장 상사의 태도에 있다. 진정성을 갖고 쓴소리 소통의 직장문화를 만들어 가는 CEO가 있는가 하면 아픈 곳을 찌른다는 이유로 쓴소리를 멀리하는 이도 많다. 후자라면 부하 직원은 금세 눈치를 채고 입을 닫아버린다.

 

하물며 자치단체라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공직자라면 마땅히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쓴소리단' 운영이 돋보인다. 시장 집무실 벽엔 시민과 공무원들의 쓴소리를 모은 파일이 빼곡하다.

 

그런데 전북도청이 직언하는 조직, 쓴소리 하는 분위기가 영 아닌 모양이다. 양용모 도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직언하는 참모를 우대하고, 쓴소리 많이 들어야 한다."고 김완주 지사한테 쓴소리를 날렸다. "권력에 아부하는 자는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며 그런 말을 했다. 쓴소리 직원을 멀리 하고 단소리 참모만 데리고 일 한다면 뻔할 뻔자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