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대부분 명창이 사망한 탓도 있지만 진짜 문제는 전북 출신 명창이 좀처럼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88년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강도근 명창(남원)이 1996년 사망했고, 1964년 문화재 지정을 받은 김소희 명창(고창)도 1995년 사망했다. 1991년 지정받은 오정숙 명창도 2008년 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익산 출신 조통달 명창이 박초월 바디 '수궁가'로 후보 지정을 받았을 뿐이다. 은희진 명창이 오정숙 명창의 소리를 이어받을 전수교육조교였지만 그도 사망했다. 도내에는 전북무형문화재로 이일주 명창 등 9명이 있을 뿐이다.
동편제의 시조 송흥록 명창, 권삼득 명창 등 수많은 소리꾼을 배출하고, 판소리 다섯바탕을 집대성한 신재효 선생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 전북'의 위상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것이다.
물론 남원 출신의 안숙선 명창이 요즘 가장 유명한 판소리 명창이지만, 아쉽게도 안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 보유자가 아니다. 안 명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1997년)다. 김소희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워 일찌감치 판소리 명창 반열에 들어섰지만 정작 판소리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청은 안숙선 명창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마땅하다.
어찌됐든 전북 판소리계는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크게 분발해야 한다. 판소리는 이미 실력이 평준화 된지 오래다. 전국대사습대회에서 서울 등 전국 인재들이 고루 명창 반열에 오르고 있다. 전북이 도립국악원에 이어 소리문화의 전당을 짓고, 소리축제와 대사습대회를 개최하며 판소리 고장이라고 자만하고 있을 때 다른 지역 소리꾼들은 피를 토하며 목을 다듬어 온 결과다. 판소리는 예능이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원형을 계승 발전시킬 중요무형문화재도 없는 곳에서 '판소리 본향'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소리축제에 외지 소리꾼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역 소리꾼 등 문화계의 관심과 분발을 촉구한다.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