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서정임

▲ △서정임 시인은 남원 출신으로, 2006년 계간 '문학. 선'으로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가 있다.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

 

대를 잇는 떡집이다

 

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

 

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

 

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시간을 사서 들고가는 저 오래된 떡집

 

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

 

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

 

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

 

켜켜이 쌓아둔

 

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에서

 

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

 

두 팔 걷어 올리고

 

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

 

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