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맑은 절창 '무명 시인'의 첫 시집

배재열 시인 '타전' 출간

배재열 시인(57)은 시를 독학했다. 그 흔한 문단 행사에서도 얼굴 한 번 비춘 적 없으니 아직까진 철저한 무명. 첫 시집'타전'(황금알)을 보면 다양한 스타일의 시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는 게 놀랍다. 엄청난 독서량을 바탕으로 시를 써온 내공을 두고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오랫동안 외롭게 움츠려 있었다. 이제 멀리 뛸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선 그의 짧은 시 두 편. '한 무리 참새 떼 날아오른다 / 입에 물린 노란나비 한 마리 / 저 처절한 아름다움 // 하늘에 핀 / 한 송이 / 경전'('찰나, 환해지다' 전문)

 

'열꽃 피었다 / 몸뚱어리마다 // 그대가 툭툭 간질이면 / 달아오른 콩깍지처럼 / 비비꼬다 키득키득 / 쏟아내는 봄봄봄 // 땅끝에서 / 북으로 북으로 / 자지러지는 / 타전 // 홀랑 / 깍지 씌우는' ('타전' 전문)

 

이렇듯 자연을 통한 삶의 예리한 통찰은 시에서 구체화된다. 시인은 서정시와 관념시라는 재미없는 이분법을 넘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시를 한 편씩 길어올린다. 대상을 끊임없이 관찰해온 시인의 성실성과 진정성은 시에서 응축된 셈이다.

 

배 시인은 '그늘 두터운 나무를 키우고자 했으나 비옥한 토양을 만들지 못하고 여린 나무로 선보입니다. 죽비 쳐 주십시요, 죽비 지난 그 자리마다 준비하는 다람쥐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으며 자신을 겸허히 낮추었다. 문단에서 스스로를 단련시킨 시인의 야금술(冶金術)이 경이롭고 반갑다.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나 2008년 '문학사랑'으로 등단해 2010년 계간 '문학사랑'에서 인터넷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