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전통 설 음식 장만하면서 향수 달래죠"

설명절, 외국인은 어떤 음식 먹나

▲ 중국 산둥성 출신 유영백씨가 고기 전가복 요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편견 등을 딛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면 특히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평소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지만 명절에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하나가 더 추가된다. 바로 고국에서 즐기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다.

 

유영백(49·중국 산둥성·진미반점 대표)씨와 안도 유코(42·일본 지바현)씨는 이번 명절에도 고향 음식을 만들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비록 이들은'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지만 타향에서 설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 福 관련 음식 즐겨 먹는 중국 출신 유영백씨

 

 

△ 먹으면 福이 오는 두부요리

 

중국은 10억 명이 넘는 인구만큼이나 수만 가지의 설 음식이 있지만 대부분 복(福)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중 유영백씨의 고향 산둥성에서는 두부요리와 전가복(全家福·'모든 가족이 복을 받는다'는 의미)을 즐겨 먹는다. 두부는'두복(두루두루 복을 받는다)'이라는 말과 억양이 비슷해 이곳에서는 명절음식 중 최고로 꼽는다. 조리법만 50여 가지에 이르는 두부요리 중 유씨가 선보인 것은'가상두부'(家常豆腐·'집안에서 항상 먹는다'는 의미). 얇게 썬 두부를 튀겨 보관한 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야채와 굴 소스를 넣고 볶아 대접하는게 이 요리의 특징이다.

 

전가복 요리는 집안에 있는 가장 좋은 재료를 총동원해 만드는 것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돼지고기의 모든 부위를 솥에 넣고 끓인 뒤 익힌 고기를 이용해 냉채를 만들고 육수는 신선로에 담아 온과 냉의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간장과 식초를 곁들인 소스는 '덤'.

 

중국에서는 명절에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떡이다. 시루떡과 같이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연고는 한 해에 한 단계식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는 기복의 의미가 담겼다.

 

유씨는"고향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것은 음식밖에 없다. 타향에 와서도 음식 장사를 하는 이유고 앞으로도 대를 이어 고향 음식을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 色으로 만든 음식 먹는 일본 출신 안도 유코씨

 

△ 色으로 먹는 오세치요리

 

일본의 명절음식도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기복의 의미가 있지만 중국과의 차이점은 식재료의 색깔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안도 유코씨는 "일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본인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독특한 식문화를 소개했다.

 

일본에서 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오세치요리'다.'오세치'란 말은 '오세치쿠'(御節供)의 준말이다. 일본인들은 오절구(음력 1월1일,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에 신에게 음식을 바쳤다. 이 음식은 주로 국물 없이 건더기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한꺼번에 장만해 놓고 설 연휴 내내 먹을 수 있어 부엌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다음 일본의 대표적인 설 음식으로 자리잡은 오세치요리는 멸치조림, 찐 새우, 검은콩조림, 연근, 다시마 등을 5단의 네모난 상자에 담아 보기 좋게 담아 내놓는 음식. 흰색의 연근은 은(銀), 검은 콩은 장수를 상징하는 등 재료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있다.

 

니시키 다마고는 우리나라의 계란말이와 비슷한 음식이다. 달걀 하나로 간단히 만들수 있는 음식지만 여기에 담긴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달걀 노른자는 금, 흰자는 은, 이들을 잘 섞어 만든 니시키 다마고는 부를 상징한다. 유코씨는"이밖에도 노란색 밤을 황금으로 여겨 먹는 것과 검은콩이 장수를 상징하는 등 수많은 식재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일본의 독특한 문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