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자살사이트 운영자였다고 밝힌 한 남성이 롯데백화점 전주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를 걸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과 군이 백화점에 대한 수색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쇼핑객과 영화 관람객 등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사건 개요= 경찰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께 이 남성은 전북지역 한 방송사 A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폭발시키겠다"며 백화점 점장을 만나도록 지시했다. 이어 이 남성은 A기자를 통해 백화점 측에 5만원권 10kg(2억원 추정)을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A기자는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임실 6탄약창 폭발물 처리반과 경찰특공대에 출동을 요청했다. 또 전주 완산경찰서와 덕진경찰서 형사들을 긴급 소집, 현장에 투입했다.
동시에 백화점 측에 고객대피를 요청했다. 백화점 측은 오후 4시 45분께 직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방송을 통해 고객을 대피시켰고, 오후 5시 5분께 대피를 완료했다. 당시 백화점 안에는 쇼핑객과 영화관람객 등 300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대피와 함께 폭발물 수색작업이 진행됐고, 백화점 내 영화관과 매장, 주차장 등 건물전체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백화점 측은 오후 6시께 영업을 재개했다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수사상황 = 경찰은 협박전화를 건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통해 이 남성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이 남성은 붙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전화를 건 남성의 휴대전화를 조회한 결과, 소유자가 60대 인 것으로 밝혀져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화를 건 남성이 40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휴대전화 목소리와 사건 현장에서 확보된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경찰은 또 용의자가 LP가스통을 이용해 승용차를 전소시켰던 전주 효자공원묘지 인근에서 용의자의 모습이 찍힌 사진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장소를 계속 옮기며 돈을 요구하다가 오후 9시 현재 휴대전화를 끈채 잠적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백화점 인근에서 퀵서비스 직원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했으나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차량 폭발"기자에게 전화 왜? = 이 남성은 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걸기에 앞서 이날 오후 3시께 전주시 효자동 효자공원묘지 내 공터에서 LP가스통을 이용해 모닝 승용차를 불태웠다. 이 차량은 지난 4일 자정부터 5일 오전 11시 사이 전주시 완산구에서 도난당한 것이다.
또 지난 6일 본보 사회부 B기자에게도 제보를 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이 남성은 7일 오후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경찰에 알리지 말고 현장에 나올 때 촬영 장비를 챙겨 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A기자에게만 전화를 걸어 차량방화 현장을 목격하게 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이 같은 행동이 협박 내용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 남성은 처음부터 백화점에 돈을 요구하기 위해 차량을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