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만 배불리는 관급공사 안돼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급공사를 조기 발주하며 경기 활성화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큰 이익은 대형 건설사들이 챙기고 지역업체들은 속빈 강정에 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경기 활성화 노력이 '대기업 밀어주기' 꼴이 됐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난해 지역 건설업체들의 도내 발주 관급공사 수주 규모는 1조4916억 원으로, 전체 2조 7673억 원의 53.9%에 달했다. 외지업체들의 수주비율 46.1%에 비해 상당히 높았던 셈이다. 또 지역 업체들의 지역 건설자재 구입액도 전체의 89.9%인 3448억 원 규모였다. 이 정도라면 지역 건설업체들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 경기에도 한 몫 톡톡히 했을 것이다. 전라북도는 올해에도 지역 업체들의 관급공사 수주 규모가 1조5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 업체들은 '속빈 강정'이라며 시큰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경기 활성화를 챙기는 마당에 무슨 엄살인가 싶지만 속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업체들의 하소연은 대개 이렇다. 대형업체들이 하도급 관련 수주 권한 등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면서 소규모 지역 업체들의 금전적 불이익이 크다. 하도급 공사를 해도 대금 지급이 늦거나 어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향후 하도급 불이익을 우려해 정당한 요구도 하기 힘들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싼 제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역 업체들은 "표면상으로는 지역업체 공사 수주가 늘어났지만 속은 곪아 있다"고 말한다. 영세한 하도급업체들이 도산을 우려해 부실 공사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심각한 일이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먹이사슬이 썩어 있다면 부실공사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해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시행하는 관급공사가 대형 건설업체들의 잔치로 되풀이되면 지역 건설업체들의 성장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형업체들의 힘에 눌려 항상 '을'의 입장에서 공사를 하는 지역업체들의 성장은 차단될 수 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가 우월적 지위를 휘두르면 하도급 업체들은 잡초처럼 쓰러진다. 급기야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진정한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업체들이 성장할 토대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당국은 관급공사 조기 발주율만 따질 게 아니라 돈이 어디로, 어떻게 집행되는지 잘 살피고, 중소건설사 피해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