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외활동, 진정한 의미 살려야

일부 기업·단체에서 무급 노동으로 악용 공식 법규 정비해야

▲ 김 고 은

 

원광대신문 편집장

대학생에게 있어 대외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흔히들 대외활동은 대학생만의 특권이라고 한다. 이미 대외활동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학점, 영어성적과 함께 스펙(SPEC)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을 통해 스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외활동 경험은 대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은 '서포터스' '홍보대사' '기자단' 등으로 대학생 대외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분야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외활동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바로 대학생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가로채는 수단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해본 친구들에게 대외활동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실제로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 그 기업의 홍보 아르바이트생이 된 것처럼 홍보글을 쓰거나 전단지를 나눠주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단순한 일을 많이 한다"고 말을 들어보기 일쑤다.

 

물론 기업의 서포터즈나 홍보대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시하는 자기소개서 틀에 맞춰서 서류 전형에서 합격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자기소개서에 '기업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작성하시오.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 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시오.' 등 실제 취업을 연상케 하는 질문을 요구한다.

 

단순히 서포터즈나 홍보대사를 뽑는 취지에서 이 같은 질문을 대학생에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공모전의 경우, 지원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작품의 소유권이 자동적으로 기업에 속하게 된다고 명시한다. 그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굳이 채택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따질 수가 없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스펙을 쌓거나, 대외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 기업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필할 수밖에 없다.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고 하여도 끝난 것이 아니다. 면접 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상품이나 이미지와 관련된 홍보 동영상이나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 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그 영상과 사진을 제작해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써 대학생들의 대외활동에 대한 열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까다로운 합격 절차를 과정을 거쳐서 서포터즈나 홍보단에 뽑혔다고 하더라도 대학생이 아쉬운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수료증을 이수하기 위해서,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서 기업의 요구대로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료증을 주거나 말거나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대학생은 다르다.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라도 남은 기간 동안 서포터즈 활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관계로서 이루어지는 대외활동의 여건은 진정한 의미에서 긍정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라는 순수한 의미를 살려서 대외활동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대외활동이 단순한 무급 노동으로서 악용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각 기업과 단체에서는 공식적인 법규를 따로 정비하여 대외활동의 본질적인 의미를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