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함 속에도 온기가 있으니…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

복효근 시인(51·남원 금지중 교사)은 무표정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무표정 속엔 시(詩)의 샘물을 퍼올리면서 따뜻하게 번져올리는 것들과 아직도 쓰라린 것들이 동전의 앞뒤처럼 엉켜 있다. 찬찬히 따라 읽으면 숱한 마음의 갈래가 느껴지는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은 저마다의 고단함을 인내하는 사물을 무심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시인은 "우물 청소하는 마음으로 원고들을 떠나보냈다"면서 "이제 다시 빈손으로 허공 밭을 일궈 꽃을 피워야겠다"고 적었다.

 

'따뜻한 외면'에는 "고통도 껴안으면 힘이 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의 '외면'은 자포자기나 수동적 자세가 아니다. 시인은 몸과 마음의 틈바구니에서 갈등하고 주저하면서도 담담하게 '저마다 생이 갖는 가파른 경사'('자작나무 숲의 자세')를 받아들여서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 나비 쪽을 외면하는 / 늦은 오후'

 

표제작'따뜻한 외면'처럼 시인은 허공에 갇힌 떨림, 그리움, 외로움 등을 불러들여 장애물이 있는 세계에 노출된 두 존재를 접선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외면이라는 차가운 단어가 무심함을 통해 따뜻한 것으로 탈바꿈되는 순간이다.

 

눈에 밟히는 시도 보인다. 평화와 고통이 공존하는 삶을 맨발로 걷던 시인은 문득 슬픔과 절망에 뒤덮인다. 죽은 새에게서 민들레가 다시 피는 것을 본 시인은 노환을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새 몸을 받아 태어났을 거('시의 행로')라 여긴다. 잿빛 도시에 들어앉았던 산골 소년은 어느덧 중년 남성의 먹먹한 가슴이 됐다.

 

박두규 시인은 "복효근 시인의 시적 성찰의 진원지는 사람의 온기"라고 했다. 시 한 편 한 편의 소재가 된 물고기나 달팽이, 게, 자작나무 숲, 공벌레, 종이컵 등이 온기를 회복시킨다는 것. 가슴 한 구석이 허물어지거나 문득 누군가의 나직한 목소리가 궁금해진다면 그의 시를 따라 읽어볼 일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얻어마신 기분이 들 것이다.

 

한편, 시인을 아끼는 지인들이 시집 출간을 기념해 16일 오후 6시 전주 최명희문화관에서 '복효근 시인의 새 시집 '따뜻한 외면'과 마주하다'를 주제로 한 소담한 자리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