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씨에게 희망을 묻다

변화된 유통환경속 새로움을 시도하는 전통시장에 응원을

▲ 백 승 만

 

전주상의 전북지식재산센터장

전주 남부시장 옥상에서 14년째 보리밥전문점 '순자씨밥줘'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자(73)씨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자 "예전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는디, 대형마트들이 생긴 담부턴 사람이 없어서 많이 힘들어, 그래도 요센 쫌 나아졌구먼."하고 답했다.

 

전통시장은 예부터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자 삶의 이야기가 있는 소통의 장소였다. 그러나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이웃공동체 의식은 희박해졌고 편리한 소비패턴을 추구하게 되면서 전통시장보다는 빠르고 편리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하게 됐다.

 

그동안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자체는 시설현대화와 마케팅, 교육지원 그리고 대형마트 영업규제 등 재정, 행정적인 노력을 다해 왔으며, 여기에 지역의 기관, 단체, 기업, 주민의 전통시장 이용 참여와 나아가 지역경제를 이유로 감성적인 정(情)에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시설면에서 경쟁력이 없다. 솔직히 편리함을 뒤로하고 누가 불편한 전통시장을 스스로 찾아오겠는가? 어쩔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말 전통시장의 해법은 없는 것인가? 다른 많은 시장도 있지만 전주한옥마을에 인접해 있는 남부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작은 희망을 그려본다.

 

필자도 마침 남부시장이 사무실 근처라 가끔 점심을 하러 가곤 한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광경을 자주 보게 되는데 특히, 카메라를 메고 시장을 둘러보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에서 왔다는 젊은 여대생들을 양귀비분식에서 만났다. 멀리 의정부에 있는 이들의 발길을 누가 이끌었을까? 그들은 왜 먼 이곳에까지 와서 속내를 써놓고 갔는가? 어쩌면 사람냄새 가득한 이곳에서 그들만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

 

필자는 전통시장은 전통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은 시설이나 편리성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따라 갈 수 없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없는 사람사는 냄새가 있다. 낡은 사진과 같은 추억이 있다. 이것이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며 더욱 더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인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

 

남부시장에 가면 발칙한 상상력으로 전국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쏘아올린 남부시장 청년몰 '레알뉴타운'이 있다. 만지면 꼭 사야된다는 문구로 유명한(?) 그녀들의 수작, 범이네식충이, 카페나비, 더플라잉팬, 그들과 함께 엄마손 맛 보리밥을 만들어주는 순자씨밥줘, 전통 가마솥 한국닭집, 조점례 남문피순대, 양귀비분식, 뜨근하고 개운한 맛으로 애주가들의 속을 달래주는 콩나물국밥…,

 

이제 남부시장은 우리 지역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가 있는 따뜻한 삶의 현장이어야 한다. 서울 광장시장, 동대문시장, 인사동 골목이 언제부터 세계적인 명소였는가? 어쩌면 남부시장은 이미 세계인의 관광명소가 되어가는 것일 것이다.

 

"내가 천변을 다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당께~ 우리집 같응께 오지. 평생을 여기서만 살았는디…남부시장은 가족같지. 손님들이 30년 된 단골들이라 다들 지그집처럼 편하게 생각헌게~"

 

높다란 천장위에 상인들이 걸어놓은 사인판이 사람 냄새나는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오랜 세월 서민생활의 중심이었던 전통시장, 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속에 변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전통시장에 응원을 보낸다. 순자씨 이제 정말 봄이 멀지 않았네요. 오늘도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