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화재 안전지대 아니다 (상) 실태

비좁은 골목에 목조건물 '다닥다닥'

▲ 19일 전주 한옥마을 내 골목길에 차량들이 불법으로 주·정차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큰 불이 나 건물 8채와 점포 19곳을 태웠다. 이른바 인사동내 '먹자골목'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불은 액화석유가스(LPG)와 변압기 폭발로 이어지면서 삽시간에 인근 건물들로 번졌다. 불이 난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의 경우 다닥다닥 붙은 목조건물이 많은 탓에 오랜전부터 대형화재 취약지역으로 꼽혀왔다.

 

이 같은 사정은 수백여 채의 한옥이 둥지를 틀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보는 화재에 취약한 전주 한옥마을을 직접 찾아 두차례에 걸쳐 방재대책을 점검해본다.

 

전주 한옥마을내 은행로 인근의 골목길. 비좁고 미로같은 골목길을 따라 낡고 오래된 한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한옥마을에만 이 같은 골목길이 3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람조차 다니기 힘들 정도로 비좁다.

 

한옥마을의 경우 주거형 전통한옥과 개량형 한옥 등 700여 채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한옥들은 가연성이 높은 목조와 합판재질로 지어진데다, 건물간 거리도 가까운 탓에 화마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밖에서도 LP가스통이 어렵지 않게 보였고, 낡은 전선줄도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자칫 화재가 발생한다면 삽시간에 불이 번질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한옥마을 인근에 교동소방파출소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불이 났을 때 초기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골목길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량들이 세워져 있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소방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초기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아 보였다. 현장 취재결과, 한옥마을내 골목길 10곳 가운데 5~6곳은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대부분의 한옥은 방염처리를 하지 않아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최근 지어진 한옥에 대해서만 방염처리가 이뤄졌으며, 나머지 한옥들은 방염대책이 전무했다.

 

이에 따라 전주의 대표관광명소이자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한옥마을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화재예방대책을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주시를 비롯한 유관기관은 화재 감지와 감시시스템, 자동경보장치 등도 갖추는 한편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스프링클러나 소화전 등 진화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옥마을 한 주민은 "목조건물에 살면서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만 사실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주시가 방염처리비를 지원한다면 모를까 집주인이 거액을 들여 방염처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목조건물에 방염처리를 하면 화재 발생 또는 인근 건물로의 확산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법적의무사항은 아니다"면서 "목조건물에 대한 화재예방 차원에서 재점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