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첫째, 새 정부에 법치주의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편 합의도 안 된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합의과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정부 내각인선을 강행하는 제멋대로식 국정운영을 출범 전부터 보이고 있다. 법적 절차를 무시한 인선임과 동시에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 합의와 상생의 길을 가겠다는 약속이 사라진 인선인 것이다.
둘째, 새 정부에 탈지역주의, 국민대통합은 없었다.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호남을 찾을 때마다 '호남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인선은 박근혜 정부 역시 '호남 소외'정서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결과에 불과하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박근혜 정부의 호남 출신 인사 비율은 최저다. 김영삼 정부 20%, 김대중 정부 31%, 노무현 정부 18%, 이명박 정부 17%, 박근혜 정부는 10.5%다.
셋째, 새 정부에 대탕평은 없었다. 내정된 인사들 대부분이 박 당선인의 측근들로 채워져 대통령의 직할 친정체제가 지나치게 강화되었다는 시각이 많다. 예상외의 돌발 인선을 제외하면 유신의 후예들과 충성도 높은 자기 사람들로 채워졌다. 대통령의 참모는 국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직을 걸고서라도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인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넷째, 새 정부에 여성은 없었다. 이번 인선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대선 구호가 무색해진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여성장관 내정자는 단 2명(11.8%)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13%, 노무현 정부 21%보다 낮은 비율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17년까지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가동해"여성장관과 정부위원회의 여성위원 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 요직에 여성을 중용할 것"이라는 말과는 상반된 결과다.
다섯째, 새 정부에 국민감동은 없었다. 내정된 인사들을 살펴보면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변화와 혁신을 향한 역동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노사 문제 등 각종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할 열정을 엿볼 수도 없다. 국가적 사안들에 대해 안정적 관리능력만 요구하기에는 현안 하나하나가 너무 심각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자꾸 반대로 가고 있다.
새 정부의 첫 인선은 국정운영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일이다. 그 과정에는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사 과정에서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 바람과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전 검증도 부실해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 낙마는 물론 4대 필수과목(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을 이수한 후보자까지 내정해 연일 양파껍질처럼 벗겨져 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야당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왜 있겠는가? 국민을 대신해 새 정부의 인선은 잘 됐는지, 조직개편은 합당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비판하고 협의하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의 출범을 도울 수 있도록 양보하고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소통과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부가 되길 바란다.